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세계보건기구에서 탈퇴하도록 지시하는 행정 명령에 서명했다. 이는 국제 구호 및 질병 대응 그룹의 가장 큰 자금원 중 하나를 차단하는 결정이라고 21일(현지 시각) 블룸버그 통신은 보도했다.
백악관 웹사이트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이 20일 집무실에서 서명한 일련의 행정 조치 중 하나로 “WHO가 다른 국가들이 평가한 분담금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미국에 부당하게 부담스러운 분담금을 계속 요구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20일 “세계보건기구가 우리에게 바가지를 씌웠다”라며 “모두가 미국을 속이고 있다. 더 이상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제네바에 본부를 둔 WHO는 전염병뿐만 아니라 인도 주의적 위기 및 암 및 심장병과 같은 만성 건강 상태에 초점을 맞춰 전 세계 건강 위협에 맞서 싸우는 데 중추적 역할을 맡고 있다.
미국이 탈퇴하면 중요한 자금이 부족해질 수 있다.
WHO에 따르면 2024~25년 예산 주기 동안 미국의 기부금은 6억 6200만 달러(약 9534억원)로, WHO 총 수입의 19%에 달한다.
첫 임기가 끝날 무렵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코로나 바이러스 발생 초기에 중국 정부에 너무 많은 것을 미루고 질병을 억제하기 위해 충분히 신속하게 행동하지 않았다고 말하면서 국제 보건기구에서 미국을 탈퇴하려고 했다.
이 조치는 보건 옹호자들과 민주당 의원들로부터 널리 비판을 받았는데, 이들은 이를 팬데믹에 대한 행정부의 비참한 대응에 대한 책임을 전가하기 위한 정치적 책략이라고 불렀다.
이 명령은 또한 향후 미국 정부의 자금, 지원 또는 자원을 WHO에 이전하는 것을 중단하고 백악관 전염병 대비 및 대응 정책국장은 “가능한 한 빨리 2024 미국 글로벌 보건 안보 전략을 검토, 철회 및 대체해야 한다”라고 명시하고 있다.
1948년 WHO 회원국이 되었을 때 미국은 탈퇴에 앞서 1년의 통지 기간과 재정적 의무를 전액 지불하기로 결정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통지 기간이 만료되기 전인 2021년 1월에 취임하자마자 트럼프의 노력을 뒤집었다.
2020년 의회조사국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대통령이 의회 승인 없이 WHO를 탈퇴할 권한이 있는지는 불분명하다.
하지만 공화당이 장악한 의회가 트럼프의 움직임을 막을 가능성은 작아 보인다고 블룸버그 통신은 말했다.
미국이 탈퇴하면 전 세계 천연두 퇴치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HIV와 소아마비 등 전염병 퇴치를 위해 계속 싸우고 있는 WHO에 심각한 타격을 줄 수 있다.
WHO는 현재 콜레라, 뎅기열, 천연두, 마버그 바이러스 발생 등 보건 비상사태에 대응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