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개인과 기업의 빚 가운데 절반이 부동산 관련 대출에 쏠려 있어 경제 성장을 제한하고 금융 안정성과 경쟁력도 떨어뜨린다는 지적이 나왔다.
한국은행이 3일 금융연구원 공동 콘퍼런스에서 발표한 '부동산 신용집중 구조적 원인과 문제'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부동산 신용(빚) 규모는 작년 말 1932조5천억원으로, 전체 민간(개인+기업) 신용의 49.7%에 이른다.
이 보고서에서 부동산 신용은 금융기관이 공급한 가계 부동산대출(주택관련대출+비주택부동산담보대출)과 부동산·건설업 기업대출(프로젝트 파이낸싱 대출 포함)의 합계로 정의됐다.
2014년 이후 부동산 신용은 연평균 100조5천원씩 급증해 2024년 말 현재 2013년 말의 2.3 배로 불었다.
가계부문은 주담대(정책모기지 포함)‧전세대출을 중심으로, 기업부문은 부동산업 대출을 중심으로 빠르게 증가했다.

가계의 경우 부동산 중심 자산 선호가 지속되는 가운데 주택 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심리가 레버리지를 동반한 주택투자를 유발하고 있다.
기업 측면에서는 부동산 업황이 장기간 양호한 모습을 보이면서 관련 기업수가 크게 증가했으며 부동산·건설업 업종 특성상 초기 투자자금에 대한 외부자금 의존도가 커 대규모 대출수요가 급증했다.
은행은 이자 이익 의존도가 높은 수익 구조에 맞춰서 안정적 부동산 담보 중심으로 대출을 확대하는 데 영업 전략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 특히 주택 관련 대출은 기업대출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리스크(위험)가 작아 안정적 수익 확보에 유리하다.
비은행은 가계대출 규제강화, 수익원 확보 필요성 등으로 상대적으로 규제가 느슨한 부동산 관련 기업대출 취급을 확대했다.
정책 대출도 부동산 신용 쏠림의 한 요인으로 거론됐다. 은행 주택담보대출보다 낮은 금리 수준과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적용 배제 등의 규제 이점이 정책 대출 수요를 늘려왔다.
한은은 부동산 부문에 신용공급이 집중될 경우 ▶생산적 부문에 대한 신용공급이 제한(자원의 비효율적 배분)되어 성장 기여도가 낮아질 가능성이 높고, ▶ 금융시스템의 안정성이 저하될 수 있으며, ▶ 금융산업의 경쟁력이 약화되는 문제가 일어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부동산으로의 신용쏠림은 자본 생산성 저하, 소비 위축 등을통해 경제성장을 제한할 가능성이 있으며, 대내외 충격 발생시 부동산가격 급락 및 이에 따른 급격한 디레버리징이 나타나면서 금융시스템 리스크와 실물경기의 위축이 심화될 수 있다.
게다가 금융기관이 부동산 신용의 지속적인 확대에 안주하여 영업 다변화및금융혁신 노력을 소홀히 할 경우 국내 금융산업의 경쟁력이 약화될 수 있다고 한은은 지적했다.
이규복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부동산 중심 관행적 금융에서 사업성 중심금융으로 전환하는 내용의 개선방안을 제안했다.
이 연구위원은 "잠재성장률이 1%대로 접어드는 시기에 실물 경제의 재도약 없이는 금융산업 역시 지속적으로 발전하기 어렵다는 공감대 하에 부동산 중심 금융에서 벗어나 기업의 성장을 지원하는 사업성중심 금융을 활성화시킬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금융회사가 사업성평가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적절한 KPI 기준 마련, 전문인력 양성 체계 등이 필요한데, 금융회사의 자체노력과 함께 금융감독 당국도 이에 맞는 감독 업무방향 제시, 관련공시제도 마련 등으로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