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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들 '올해는 부동산보다 금' 불경기 안전자산 투자 선호

부자 10명 중 약 8명이 올해 실물 경기가 더 안 좋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올해 경기가 나빠질 것으로 예상한 부자들이 예금, 금, 채권 등 안전자산 투자 비중을 늘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40대 이하 부자 '영리치'는 해외주식과 가상자산에도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있으며, 특히 가상자산의 변동성을 우려하면서도 장기적인 성장 가능성에 주목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하나은행 하나금융연구소는 부자의 금융행태를 분석한 '2025 대한민국 웰스 리포트'를 16일 발간했다.

보고서는 3천10명(부자 884명·대중부유층 1천545명·일반대중 581명)을 대상으로 한 온라인 설문조사와 프라이빗 뱅커(PB) 인터뷰를 기반으로 작성됐다.

부자는 금융자산 10억원 이상, 대중부유층은 1억원 이상∼10억원 미만이다.

하나금융연구소
[하나금융연구소 제공]

▲ 올해 금, 채권 등 '불황형 투자'…부동산은 관망세

보고서에 따르면 설문에 응답한 부자 중 74.8%는 올해 실물 경기가 악화할 것으로 전망했다.

부동산 경기가 더 나빠질 것으로 예상한 응답자도 63.8%였다.

부자들의 절반 이상이 실물경기와 부동산 경기 모두 부정적으로 보고 있는 만큼 자산 구성 변경에도 소극적이었다.

향후 1년 자산구성 계획과 관련해 현재와 동일하게 유지할 것이라는 응답이 65.7%였다.

조정 의향이 있는 경우에는 부동산보다 금융자산 비중을 늘리겠다(15.2%)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이어 금융자산과 부동산의 비중은 유지하되 세부구성을 바꾸겠다(10.7%), 금융자산 비중을 줄이고 부동산 비중을 늘리겠다(8.4%)의 응답이 뒤를 이었다.

금융자산을 늘리겠다는부자가 부동산을 늘리겠다는 부자의 2배 수준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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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금융연구소 제공]

연구소는 "실물경기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이 증가한 가운데 부동산 시장을 관망하고 있는 부자가 늘고있는 것에 비추어 볼 때, 부자들은 2025년을 부동산보다 금융을 활용해 자산을 증식‧운용해야 하는 시기로 인식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라고 말했다.

부자들은 올해 수익성보다 안정성에 무게를 둘 것이라며 투자 의향이 있는 자산으로 예금(40.4%)을 가장 많이 꼽았다.

‘불황형 투자 상품’의 대표격인 금(32%)에 대한 수요가 높았다.

채권(32%) 역시 투자 의향이 높았는데, 아직 채권 투자를 하고 있지 않은 부자들도 새롭게 투자를 시작할 것이라는 응답이 타 상품 대비 높았다.

직접 투자하되, 특정 종목을 선택하기 보다 지수(index)를 추종함으로써 좀 더 안정적으로 수익을 관리하는 ETF(상장지수펀드)의 선호가 높았고, 주식(29%)을 통한 직접투자 의향이 뒤를 이었다.

연구소는 "투자의향이 높은 상위 5개(예금 외 금, 채권, ETF, 주식, 입출금) 상품은 그 선호 정도가 매우 유사하고, 안정형/저위험 투자 상품들로 고루 분포돼 불확실성 속 분산투자를 통해 리스크를 최소화하려는 부자의 투자 의도를 읽을 수 있었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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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금융연구소 제공]

부동산은 20.4%로, 조사 대상 12개 자산 중 8위에 머물렀다.

부자의 부동산 매수 의향은 2024년 50%에서 올해 44%로 줄었으며 추가 매입 의향 역시 42%로, 전년(49%)보다 낮아졌다.

부자의 절반 이상이 올해 부동산 시장을 부정적으로 바라보고 있지만 3년 연속 그 비중은 감소(84% → 67% → 64%)하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부동산을 긍정적으로 보는 시각 또한 증가하지 못하고 오히려 감소했다.

최근 3년간 부동산 경기에 대한 긍부정 의견이 모두 감소하고 대신 중도적 의견이 크게 증가(12% → 22% → 29%)했다.

연구소는 "부동산 투자심리가 위축된 상황에서 금리인하 기대감, 대출 규제 강화 등 호재와 악재가 혼재돼 있다보니 부자는 올해 부동산 경기가 작년보다 부정적이진 않지만 섣불리 나설 수 없는 조심스러운 상황으로 인지하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분석했다.

다만 연구소는 "올해 부동산 투자 관심도가 떨어졌다고 해도 부자의 부동산 매수 의향(44%)은 일반대중(37%)보다 훨씬 높은 수준"이라며 "부자는 부동산에서 또 기회를 찾으며 때를 기다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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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제공]

▲'40대 이하 부자' 영리치 해외주식·가상자산 투자 선호

40대 이하 '영리치'는 최근 5년간 연평균 6% 이상씩 늘어 50대 이상 '올드리치'(연평균 3%)보다 가파른 증가세를 보였다.

영리치의 평균 자산은 60억원대, 이중 금융자산은 절반 정도인 30억원 수준으로 올드리치보다 조금 더 높은 비중을 보유했다.

최근 3년간 올드리치가 금융자산의 38%~40% 사이에서 투자자산을 운용하는 반면, 영리치는 35%~42%의 변동폭을 보여, 매해 저축자산과 투자자산의 포트폴리오를 올드리치보다 큰 폭으로 조정하는 것도 특징이다.

영리치가 보유한 금융상품 중 돋보이는 자산 종류는 주식과 가상자산이다.

영리치의 주식 보유율은 78%로, 올드리치(66.4%)의 약 1.2배 수준이었다.

특히 전체 주식 중 해외주식 비중이 약 30%로 올드리치(20%)보다 높았다.

영리치들은 올해 해외주식 비중을 40%까지 확대할 계획이라고 응답했다.

가상자산 보유율은 29%로, 금융상품 중 가장 낮은 수준이기는 했지만 올드리치(10.0%)의 3배 수준이었다.

올드리치에 비해 영리치의 관심이 높은 투자 영역은 금, 예술품 등 ‘실물 자산’이었다. 실물자산의 보유율은 41%로 올드리치(38%)보다 1.1배 높았다

반대로, ‘펀드’, ‘채권’, ‘회원권’은 올드리치에 비해 영리치 보유율이 20% 이상 낮아 젊은 부자들의 투자 방법으로 크게 선호되지 않은 것으로 해석된다.

지난해 영리치의 금융자산 증식에 긍정적 영향을 준 상품은 가장 보유율이 높고 손실의 위험이 없는 ‘예금‘이 최우선이었다. 그리고 뒤를 이어 ‘주식’, ‘펀드’, ‘실물자산’, ‘가상자산’ 순으로 높게 응답됐다.

[하나금융연구소 제공]
[하나금융연구소 제공]

▲가상자산 평균 투자액 4천200만원…분산투자·수시 매매 경향

가상자산 투자 방식과 투자자산으로서의 인식도 변화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중부유층과 부자를 대상으로 한 설문 결과, 가상자산 보유 비중은 2022년 12%에서 2024년 18%까지 늘었다.

과거 가상자산을 보유했던 14%까지 더하면, 부유층 응답자 3분의 1은 가상자산을 보유하고 있거나, 보유한 경험이 있는 셈이다.

가상자산 평균 투자액은 약 4천200만원이었으며, 투자자 중 34%는 4종 이상의 가상자산을 보유한 것으로 조사됐다.

투자방식 역시 목돈을 한 번에 투자하기보다 수시로 매입하는 경향이 나타났다.

가상자산이나 해외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부자는 20% 이상 고수익을 기대하는 비중이 각각 23%, 13%로 전체 평균(9%) 대비 크게 높게 나타났다.

올해 부자는 해외주식 비중을 크게 늘려 국내주식과 해외주식을 75:25에서 60:40으로 조정할 의향을 보였다.

투자할 분야로는 데이터, 로봇 등 4차 산업과 반도체와 같은 정보기술 분야를 우선 고려했다.

영리치, 올드리치 모두 10명 중 7명 정도가 ‘가상자산은 변동성이 커 도박처럼 위험한 투자영역’일 수 있다고 인식했다.

가상자산 인식과 관련해서는, 설문 응답자의 약 70.4%가 '변동성이 도박처럼 커 위험하다'고 답했다.

그러나 '향후 성장 가능성이 커 포트폴리오 확대를 고려 중'이라는 응답 비율은 부자에서 21.5%, 부자 외에서 17.4%로 나타났다.

모두가 가상자산의 위험성에 동의하지만, 그 와중에 부자는 향후 성장 가능성을 더 고려하고 있다는 게 연구소의 해석이다.

윤선영 연구위원은 "부자가 가상자산의 성장 가능성을 기대하는 것은 곧 해당 영역의 성숙을 의미한다"면서도 "제도적 안전망이 미흡하고, 새로운 기술에 대한 이해가 충분치 않아 가상자산의 호불호는 명확히 갈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