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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완 시대 개막 "對中 수출·투자 타격 우려"

중국과 대만이 29일(현지시간) 충칭에서 제 5차 양안회담을 열고 경제협력기본협정(ECFA)에 서명한다.

ECFA 체결은 양국간 서비스 무역 개방을 포함한 광범위한 무역 협정이다. '양안 FTA'로 불리우는 이번 협정 체결로 중국과 대만은 앞으로 거대 단일시장, 이른바 '차이완(China+Taiwan)시대'의 문을 열게 되었다.

중국과 대만의 협상 대표단은 공식 서명을 하루 앞둔 28일 오후 충칭에 도착해 마무리 실무 협상을 진행했다. 중국 해협양안관계협회 천윈린(陳雲林) 회장은 이날 회담 장소인 소피텔 호텔에서 대만 해협교류기금회 장빙쿤(江丙坤) 이사장을 비롯한 대만 대표단을 만나 향후 일정 등을 논의했다. 2008년 이후 양안 FTA의 공식 협상 채널 역할을 해온 두 수장들은 "양안이 구동존이(求同存異)의 지혜를 발휘해 문제를 풀자"고 다짐했다.

◆ 경제협력기본협정(ECFA) 주 내용

ECFA 체결의 주요 내용은 상품 무역과 서비스 무역, 투자, 경제협력, 조기수확(Early Harvest Program) 등이다. 이 가운데 조기수확 품목은 2년 내 관세가 폐지되며 중국이 267개, 대만이 539개 제품을 포함시켰다. 대만의 조기 수확 품목 가운데 108개는 곧바로 무관세 혜택이 주어지며 나머지 품목은 2년 뒤 무관세가 적용된다.

중국이 대만에 개방하는 품목 규모는 지난해 기준으로 138억 달러, 전체 대만제품 수입의 16%에 해당하며, 대만이 개방하는 품목 규모는 28억 6000만 달러로 전체 중국제품 수입의 10.5%에 이른다. 서비스 무역에 있어서는 중국이 회계와 병원, 은행, 증권 등 11개 업종을 개방하고, 대만은 연구개발과 전시, 은행 등 9개 업종을 개방하게 된다.

이번 협정 항목은 대만에 유리한 방향으로 구성되어 있어 중국이 대만을 정치적으로 포용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대만은 완전히 만족하지 못하고 있으나 과거에 비해 양국 무역이 대폭 개선된 것은 사실이다. 중국이 지난 1월 동남아시아 국가들로 구성된 아세안(ASEAN) 국가들과 FTA를 체결한 뒤 상대적으로 대만은 불리한 입지에 있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갖는다. 필립 양 국립 대만대학교 교수는 "이번 협약은 대만 경제에 있어서 대단히 중요하며, 삶과 죽음의 문제"라고 말하며 "이번 협약 체결로 대만은 아세안과 한국 등 기타 아시아 국가들과의 경쟁에서 결코 불리하지 않다"고 말했다.

◆ '차이완 시대' 한국 경제 '비상'

중국과 대만의 경제협력기본협정(ECFA) 체결로 한국 경제에 '비상'이 걸렸다. ECFA가 공식 발효되면 향후 2년간 대만은 539개, 중국은 267개 품목에 대해 무관세가 적용된다. 무관세 품목이 대만이 두배로 많다. ECFA의 혜택이 대만 쪽에 확연히 치우치고 있는 것이다. KOTRA(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에 따르면 대만이 앞으로 무관세로 중국과 교역하게 되는 539개 품목의 지난해 중국 수출액은 138억3천만 달러로 대만은 무관세가 적용되면 13억 달러의 관세를 절약하는 효과를 얻게 된다. 비용절감이 가능해진 만큼 대만의 539개 품목은 중국시장에서 더 큰 경쟁력을 갖게 된다.

전문가들은 중국에 대해 투자 및 교역 특성상 대만 경쟁관계에 있는 한국이 대중(對中) 투자 및 수출에서 타격을 받게 될 것이라고 우려의 목소리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2009년 한국의 대(對)중국 교역규모는 총 1천 409억 달러였고 325억 달러의 흑자를 냈다. 한국은 최근 몇년 동안 최대 교역국으로 부상한 중국시장에서 가장 많은 이득을 남겨왔다. 하지만 ECFA가 발효되면 한국 제품들은 중국 시장의 상당 부분을 대만에 내줘야 하는 '비상상황'을 맞을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한편 이번 협상이 효력을 발휘하기까지는 적잖은 난관을 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양측이 ECFA에 공식 서명한 뒤에서 대만에서는 여야 협상과 국회 심의 및 비준 절차가 남아있기 때문이다. 현재 야당인 민진당 등은 중국과의 ECFA 에 반대 입장을 보이고 있어 ECFA의 실질적 이행 시기는 아직까지 불투명한 상태다.

<사진 = 뉴시스>
중국 해협양안관계협회 천윈린(陳雲林) 회장과 대만 해협교류기금회 장빙쿤(江丙坤) 이사장이 회담장에서 악수를 나누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