섹션

한국 총부채 GDP 2.3배 수준… 스페인·이탈리아 꼴 날수도

[재경일보 이형석 기자] 우리나라 정부, 기업, 가계가 국내총생산(GDP)의 2.3배가 넘는 빚을 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당국은 국가 부도위기에 처한 스페인이나 이탈리아처럼 부채비율이 급등하기 전에 우리나라도 가계와 기업부채를 관리하는 데 진력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또 거시건전성 규제를 재점검하고 최근 부실 문제가 터져나온 새마을금고와 신협에 대한 감독강화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27일 금융감독원이 내놓은 `유로존 위기의 시사점과 교훈'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국가 총부채(정부부채+기업부채+가계부채)는 지난 6월 말 국내총생산(GDP)의 234%에 달했다. 한 해 생산량보다 2.34배 많은 빚을 정부·기업·가계가 나눠서 진 셈이다.

우리나라의 GDP 대비 총부채 비율은 2000년 152%, 2004년 162%에 불과했지만 2007년 202%, 2010년 215%로 급등했다.

금감원은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불량국가'로 전락할 처지인 스페인이나 이탈리아 등과 비교하면 우리나라의 총부채 비율이 아직 규모나 속도 면에서 위험한 수준은 아니라고 평가했다.

스페인은 지난 1990년 총부채비율이 이미 187%에 달했고 2000년 258%, 2010년 356%로 걷잡을 수 없이 높아졌다. 이탈리아도 1990년 180%에서 2000년 252%, 2010년 310%로 급상승했다.

그러나 금감원은 기업부채와 가계부채는 결코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고 진단했다. 기업부채와 가계부채가 부실화하면 결국 정부부채로 부담이 넘어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특히 가계부채는 1999~2010년 평균 11.7%씩 늘어 같은 기간의 GDP 증가율(7.3%)이나 가처분소득 증가율(5.7%)을 웃돌았다.

금감원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한국 신용등급 상승은 정부부채 비율이 34%로 낮아 위기대응 능력이 충분하다고 국제 신용평가사들이 판단한 결과일 뿐이지 가계와 기업부채가 좋은 평가를 받은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GDP의 29.2%를 차지하는 공기업부채도 심각한 문제다.

일각에서는 공기업부채도 정부부채에 포함해 국가 총부채를 종합적으로 관리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어 부채 관리가 부실한 공기업의 민영화 문제는 차기 정부가 풀어야 할 숙제로 거론되고 있다.

한국경제연구원 공공정책연구실 김영신 부연구위원은 공기업 부채와 관련해 "공기업 부채를 정부 부채에 포함해 투명하게 관리해야 한다"며 "부실한 공기업을 단계적으로 민영화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금감원은 또 유로존이 위기 국가들의 지나친 자본 유출입으로 금융시장 불안이 커진 점을 지적하면서 "과잉 자본 유출입에 대해 거시 건전성 규제를 재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정부는 기획재정부 주도 아래 선물환포지션 한도를 추가로 하향 조정하는 등 `거시건전성 규제 3종 세트'의 강화 방안을 조만간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금감원은 이와 관련해 스페인은 자산거품의 붕괴 이후 저축은행을 중심으로 부실채권이 급증했는데도 미온적인 구조조정과 공적자금 투입 지연으로 위기를 키웠다고 지적했다.

금감원은 "우리나라도 경기 침체가 지속해 부실이 증가할 우려가 있으므로 금융 부문의 손실흡수 능력을 높여야 한다"며 "새마을금고와 신협 등 상호금융 감독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융위기의 빠른 전염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려면 중앙은행, 통합감독기구, 예금보험기구 등이 유기적으로 협조할 수 있도록 금융안정위원회 같은 조직을 만들어야 한다는 제안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