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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년퇴임 앞둔 '귀성형' 1인자 박철 고려대 교수>

(서울=연합뉴스) 설승은 기자 = 국내 귀 성형 분야의 최고 명의로 꼽히는 박철(65) 고려대 의대 교수가 오는 28일 퇴임한다.

막 수술을 마치고 고려대 안암병원 진료실에 들어선 박 교수는 18일 퇴임 소감을 묻자 시종일관 "이제 시작"이라며 "할 일이 많다"고 손사래를 쳤다.

박 교수는 크기가 작거나 위치가 비정상적인 귀 기형으로 청력 이상을 불러오는 병인 '소이증'(小耳症)의 대가다.

진료실 앞은 전국에서 몰려든 환자들로 북새통이다.

1984년 연세대에서 교직을 시작한 그는 2006년 고려대로 옮겨와 꼬박 30년의 교직 생활에 마침표를 찍게 됐다.

진료 예약은 4년 치가 꽉 차 있다. 지금까지 그가 수술한 환자는 2천500명이 넘는다. 수술 횟수만도 7천회를 훌쩍 넘겼다.

파란만장했던 지난 30년의 인생을 그는 '연구 또 연구'라고 표현했다.

"저는 언제나 방에 진료 차트를 펼쳐놓고 틈만 나면 수술방법을 연구합니다. 언제나, 항상, 늘 논문을 준비하고 있는 거죠."

그의 과학논문인용색인(SCI)급 논문만 40편이다. 매년 1∼2편꼴이다. 그 중 하나는 작년 미국 성형외과 학회가 최근 10년간 발표 논문 중 최우수로 선정한 논문 18편 중 하나로 선정되기도 했다.

학교 측은 퇴임 후에도 그를 임상교수로 재임용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연장이 결정되면 이 학교 첫 사례가 된다.

박 교수는 "외과수술은 손과 아이디어로 하는데 노장의 경험을 젊은 의사가 쫓아가긴 어렵다"며 "옛날엔 50대만 돼도 손이 떨려 메스를 놨지만, 지금은 영양상태가 좋아져 그런 일도 없고 도구도 발달해 70대까진 거뜬하다"고 했다.

후학 양성에 대한 의욕도 여전했다. 그는 "정년이라는 게 와 닿지 않을 정도로 내겐 의욕밖에 없다"며 "할 수 있을 때까지 제자들을 가르치고 그다음엔 더욱 포괄적이고 숙련된 논문을 쓰면서 '선생' 노릇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의대생 교육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전공의들의 열악한 환경을 언급하며 "잠도 못 자고 교육받았던 걸 자랑처럼 말하며 그 교육 방식을 강요한다면 발전이 없을 것"이라며 "젊은 사람들이 재미나게 수술하도록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성형외과 분야에서 재건과 미용 분야가 2대 8 정도인데, 의학 발전을 위해서는 4대 6 정도는 돼야 한다"고 했다.

의대생에 대한 당부의 말도 잊지 않았다. 그는 "안정된 직업이라는 생각보다 환자에 대한 애정과 치료에 대한 자부심을 앞세워야 한다"며 "열심히 치료하다 보면 먹고 살 만큼의 돈이 생기게 마련"이라고 충고했다.

이어 "의사는 죽을 때까지 책을 보고 지식을 쌓아야 하는 직업이라는 점도 유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금까지 주중에는 하루도 빠지지 않고 늘 수술을 했어요. 종교에 열심이진 않지만 하느님이 이렇게 많은 환자와 제자를 따라다니게 하시고…. 돌아보면 의사로서 정말 행복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