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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환율방어, 1992년 ‘검은수요일’ 데자뷰

[재경일보 이예원 기자] = 중앙은행이 환율 방어를 위해 금리를 인상 할 때는, 눈에 보이는 리스크를 감수한다. 특히 러시아처럼 새벽2시 한밤중에 금리를 인상 한 경우는 특히 그렇다.

지난 16일(현지시간) 러시아가 외환시장 불안을 진정시키기 위해 기준금리를 10.5%에서 17%로 대폭 인상했지만 루블 약세는 이어지고 있다.

15일까지 달러・루블 환율은 연초 이후 50%이상 급락해, 당국의 시급한 대응이 촉구됐다. 하지만 동시에, 중앙 은행이 신임을 잃었다는 리스크 또한 높아졌다.

이는 1992년 9월 16일 영국의 ‘검은 수요일’ 을 연상케한다. 당시 영란은행이 독일 마르크화에 대한 파운드화 환율방어를 위해 금리를 10%에서 12%로 올린 후 다시 15%로 하루새 2번 인상했을 때의 일이다.

환 투기가 조지소로스를 시작으로 헤지펀드는 금리가 이런 높은 수준에 머물 수는 없다고 생각해 영국 파운드화를 계속 매각했다. 조지소로스는 일주일새 10억달러를 벌어들였고 단숨에 유명인사가 됐다.

결국 영국은 긴급발표를 통해 파운드 약세를 인정했고, 다음날 금리를 9%로 내렸다.

러시아 또한 올해에만 6번 금리 인상을 단행했다. 그러나 이는 오히려 루블화 반등이 아닌, 루블화 폭락을 부추기고 있다.

전문가들은 러시아가 17%의 금리를 감당하지 못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침체 우려가 급증한 가운데 유가 역시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어 경제 상황은 더욱 악화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문제는 그럼에도 아직까지 러시아가 석유에 의존하고있다는 것이다. 중앙 은행 전략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유가 회복이 필요한지도 모른다.

다른 석유 수입국도 같은 문제를 안고 있어 자본유출 위험이 제기되고 있다.

최근에는 올해 1월 터키 중앙은행이 리라화 하락을 막기 위해 야간에 금리를 2배 이상 끌어 올렸다. 이 전략은 효력을 발휘해 금리는 여름에 다시 내려가기 시작했지만 터키는 이후 저유가 혜택을 받아야할 석유 수입국 임에도 신흥국 통화 급락에 휘말려, 현재 리라화 가치는 심야 개입 때 보다 낮은 상태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