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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신음하는 경제주체들의 신음소리가 들리는가?

가계, 기업, 정부의 세 경제 주체 중에서 지금 가계와 기업들이 내는 신음소리는 전에 없이 크게 들린다. 저성장과 경기침체가 지속되면서 중소기업과 영세사업자들이 매출부진과 자금난에 시달려 고통을 겪고 있는 것은 이미 오래 된 일이고, 근래는 한국경제를 앞장서 끌고 나가는 대기업들도 유례를 찾기 어려운 경영난에 부닥쳐 혼돈 속에서 헤매고 있다.

우리나라를 대표하고 있는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대우중공업만 짚어보더라도 이 기업들이 당면하고 있는 경영애로는 심각성의 정도가 보통을 넘는다. 거대 경제대국 중국이 빠르게 쫓아오고 있는 상황 속에서 이런 대기업들은 해결이 결코 쉽지 않은 문제에 봉착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예상치 못한 갤럭시노트 7의 밧데리 폭발로 국제적 신뢰에 먹칠을 하였고, 그 결과 제품리콜로 인하여 천문학적 손실을 보게 되었다. 현대자동차는 왜곡된 노사관계와 그로 인한 노동생산성 저하로 국제경쟁력이 급격히 저하되고 있으며, 대우조선은 앞을 내다보지 못한 경영실패로 감당하기 어려운 구조조정을 해 나가지 않으면 안 되는 처지에 놓여 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경영난의 타개는 기본적으로 경영자와 조직구성원들의 책임이다. 그러나 정부는 기업이 나가는 진로를 밝혀주고 항해에 문제가 생기면 적기에 이를 해결하는 데 적절한 도움을 주어야 할 책무가 있다. 기업경영은 정부의 경제정책 및 제도와 불가분의 관계가 있고, 또한 기업은 국가의 경영에 필요한 세금을 적지 않게 부담하고 있기 때문이다.

요즈음 저소득 가구나 영세사업자들의 가계는 생각 보다 팍팍해져 가고 있다. 기초생활보장법과 고용보험제도, 국민연금제도, 최저임금제도 등이 국민들의 최저생활을 보장하는 제도적 장치가 되고 있기는 하지만 산업구조의 급격한 변화와 노동시장의 이중구조, 급격한 노령화 등에 대응하기는 역부족이다. 그리하여 저소득 가계는 과다한 부채의 압박과 더불어 경제침체가 이어지면서 상시적으로 고용불안정과 생계비 확보를 위한 고통에 시달리고 있을 수밖에 없는 실정에 처해 있다.

퇴직한 중 고령자와 청년실업자가 주축을 이루는 영세자영업자들의 가계도 어렵기는 마찬가지이다. 상당한 부채를 지니고 음식숙박업과 같은 서비스업에 주로 진출하는 이들은 과잉공급으로 인한 생산성저하와 수지악화로 인하여 몇 년 안에 과반수이상이 문을 닫는다. 경기악화로 이런 사람들이 속출하고 있는데 이들은 결국 빚에 쫓기고 살길이 막막하여 깊은 한 숨을 내몰아 쉴 수밖에 없다. 서울도 그러하지만 지방도시로 가면 이들의 신음소리는 더욱 깊고 많이 들린다.

가계의 어려움은 일차적으로 개인의 책임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정부의 경제정책 및 사회제도와 긴밀한 연계성을 지니기도 한다. 따라서 정부는 살림살이가 어려운 국민들의 신음소리를 귀담아 듣고 즉각적이고 효율적 대책을 강구하지 않으면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