섹션

EU의 러시아 경제제재, 친러성향 美 국무장관 체제서도 통할까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유럽연합(EU) 정상회의는 15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크림반도 강제병합을 계기로 내년 1월까지 실시하기로 한 러시아 경제재제를 내년 7월까지 연장하기로 결정했다.

EU 관계자에 따르면 러시아가 민스크 결정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는다고 본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프랑수와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이 러시아 경제재제 연장의 필요성을 공감했으며 이에 따라 결정된 이 방침은 곧 공식화될 것으로 보인다.

EU의 러시아 경제재제는 지난 201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난 2014년 2월 친러시아 성향의 야누코비치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대규모 반정부시위로 실각당한다. 이에 친러시아 성향 무장단체가 무력으로 우크라이나 크림반도 지역을 담당하는 정부청사와 의회를 장악한다.

다음 달 3월 6일 미국은 러시아에 대한 경제 재제를 시작했고 이달 16일 크림반도 내 러시아 귀속 투표에서 96%의 주민이 찬성표를 던짐으로써 러시아 영토가 된다.

이어 17일 미국과 EU는 아누코비치 전 대통령과 드미트리 로고진 러시아 부총리 등 11명의 자산을 동결하고 비자 거부 및 입국금지를 시켰고, 20일에는 크림사태에 개입한 러시아 인사와 로시아은행의 자산을 동결시켰다. 24일에는 러시아를 G8에서 제명시켰다.

이후 우크라이나 정부군과 친러세력의 내전이 일어났고 엎친데 덮친 격으로 그해 6월 말레이시아 항공 여객기가 우크라이나 동부 친러세력 장악 지역에서 발사된 미사일에 피격되 승객 전원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하자 러시아 경제제재는 금융 뿐 아니라 방위와 에너지산업 분야에 있어 유럽 내 활동 제한으로 이어졌다.

지난 해 2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프랑스, 독일 4개국 정상은 벨라루스 민스크에서 우크라이나의 휴전과 중화기 철수 등의 평화안에 합의했다.

하지만 EU회원국내 입장이 갈리면서 러시아에 대한 경제제재는 계속 되었고 러시아 또한 이에 대한 보복으로 서방이 생산한 식품을 수입하지 않기로 통보하면서 무역보복으로 이어졌다.

이처럼 시간이 지나자 유럽 회원국 내에서도 러시아 제재에 따른 손해를 호소하며 러시아 경제 제재 해제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이탈리아 등 일부 회원국들은 제재로 인한 대러시아 수출 중단이 효과가 별로 없다며 제재 해제를 요구했다.

앞서 헝가리와 그리스, 오스트리아, 이태리 역시 러시아에 대한 징벌적 성격의 경제제재에 반대하기 시작했다.

스테판 자보 대서양연안국가아카데미 집행이사도 지난 5월 보고서를 통해 "2013년 당시 3265억 유로(3684억 달러)에 이르던 유럽의 대(對)러시아 교역량이 2015년 들어 2100억 유로(2370억 달러)로 줄었는데, 같은 기간 미국과의 교역은 3820억 달러(2013년)에서 2360억 달러(2015년)로 줄었다"며 유럽은 서방이 러시아에 대한 경제제재가 시작된 이래 미국보다 최소 10배 더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설명했다.

러시아 경제제재에 앞장서고 있는 독일과 프랑스 내에서도 일부 정치인과 경제인들은 미국의 금융압박을 비난하며 경제제재를 제한하는 조치를 폐지하지 못하도록 하는 점에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또한 독일의 메르켈 총리와 프랑스의 올랑드 대통령이 내년 임기가 끝나는 점도 변수다.

여기에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 후보가 지난 11월 대통령 선거에 당선됐다.

트럼프는 대선 과정에서 러시아의 해킹 덕에 당선에 도움을 받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트럼프는 지난 13일 친러시아 인사인 렉스 틸러슨 엑손모빌 최고경영자(CEO)를 국무장관으로 지명한 것도 유럽 내에서는 논란거리가 되고 있다.

그럼에도 유럽 내에서는 여전히 러시아 경제제재를 요구하는 목소리를 높이는 국가가 있다는 것이다.

우크라이나 내전의 당사자인 우크라이나를 비롯해 러시아의 영향력을 우려하는 다른 동유럽 국가들은 트럼프와 틸러슨이 러시아와 빅딜을 통해 러시아 경제 제재를 종료하는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유럽 외교가에선 민스크 협정이 제 역할을 못하는 가운데 미국이 유럽 우방들의 뜻을 거슬러가며 러시아와의 빅딜을 상상하기 어렵다는 관측이 우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