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원내대표 경선이 인물난 속에서 엿새 미뤄진 가운데 2일 송석준 의원이 출마를 공식 선언하면서 판이 새롭게 짜일 듯한 조짐이다.
후보 등록일 직전까지 출마 선언이 없어 경선일이 3일에서 9일로 연기된 데 이어 당내에서 중진들을 향한 출마 요구가 잇따르자 분위기가 변한 것으로 보인다.
경기 이천에서 당선되며 3선 고지에 오른 송석준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분골쇄신의 노력으로 당의 변화와 혁신을 이뤄내겠다"고 밝혔다.
이어 당내에서 처음으로 출사표를 던진 데 대해선 "동료 의원들의 출마를 촉구하고자 하는 면이 있다"고 밝혔다.
수도권 3선 중진이자 당 경기도당 위원장인 송 의원이 당직을 맡을 경우 '영남당' 이미지를 일부 덜어낼 수 있다는 평가가 있다.
다른 3·4선 중진 의원들도 다시 출마 여부를 고심하는 기류가 감지된다.
이종배(4선·충북 충주) 의원은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당이 어려운데 언제 어떤 일을 하는 게 적절한지를 숙고하고 있다"며 "오늘내일 중으로는 (출마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추경호(3선·대구 달성) 의원도 전날 연합뉴스에 동료 의원들의 권유가 있어 출마 여부를 고심 중이라고 밝혔다.
추 의원은 윤석열 정부에서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지낸 만큼 친윤(친윤석열)계로 분류되지만, 계파색이 옅다는 평가를 받는다.
윤석열 정부 출범 초기 여당 정책위의장을 맡았던 성일종(3선·충남 서산태안) 의원도 출마를 고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미 불출마를 선언한 김도읍(3선·부산 강서) 의원이나 수도권이 지역구인 김성원(3선·경기 동두천양주연천을) 의원의 결정 재고 여부에도 다시 관심이 쏠린다.
두 의원은 여전히 불출마 입장을 유지 중인 것으로 전해졌지만, 주변의 설득에 마음을 바꿀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박대출(4선·경남 진주갑) 의원도 자기 의사와 무관하게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이러한 기류 변화는 단독 추대설까지 돌았던 친윤(친윤석열) 핵심 이철규(3선· 강원 동해태백삼척정선) 의원의 불출마 가능성이 거론된 것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앞서 후보난에 이 의원 단독 추대 가능성이 점쳐졌지만, 총선 참패에 책임이 있는 이 의원이 원내 지도부가 되는 모양새는 좋지 않다는 반발도 감지됐다.
이날도 윤상현 의원, 김종혁 조직부총장, 신동욱 당선인 등이 라디오에 나와 이 의원 대신 다른 후보들이 원내대표 경선에 나서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에 대해 이 의원은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자신의 원내대표 출마 여부를 두고 찬반 논란이 벌어진 데 대해 "저는 이런 자리에 관심 없는 사람이다. 내가 명예와 자리를 탐해 살아온 사람처럼 왜곡시키는데, 그건 아니다"라며 불편한 심경을 드러냈다.
이날 본회의 직후 3선 당선인이 된 재선 의원들은 별도 모임을 갖고 차기 원내대표 선출과 관련한 의견을 교환했다. 이 자리에는 송석준, 추경호, 이철규 의원 등이 참석했다.
원내대표 선거관리위원장을 맡은 이양수 원내수석부대표는 이 모임에서 "당이 어려운 때이니 4선 의원들도 선거에 많이 나오고 3선 의원들도 형편이 되는 사람들이 나와서 당에 활기를 일으키고 '붐업' 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다선 의원들이 원내대표 선거에 출마하도록 많이 권유하자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