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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진단 강화로 재건축 ‘타격‘...미래 주택 공급부족에 집값↑

아파트

아파트 재건축의 첫 관문인 안전진단의 기준이 대폭 강화되면서 재건축에서 리모델링이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20일 재건축 안전진단 평가 항목 중 구조안전성의 가중치를 20%에서 50%로 대폭 높여 노후화로 인해 구조적으로 위험해진 단지에 대해서만 재건축을 허용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 정상화 방안'을 발표했다

현재는 주차장 부족이나 층간소음 등으로 주거환경이 나쁘면 구조안전에 문제가 없어도 재건축이 가능하지만, 앞으로는 구조 안전성에 심각한 문제가 있을 때만 재건축이 허용된다.

업계에 따르면 정부가 이번에 재건축 안전진단을 강화해 아파트가 30년 이상 지나도 심각한 구조적 결함이 없으면 안전진단 통과가 어려워진 만큼 재건축 대신 리모델링으로 방향을 트는 단지들이 나올 것이란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부동산업계는 "앞으로 재건축을 하지 말라는 의미나 다름없다"며 앞으로 30년 이상 된 단지들의 재건축이 상당히 어려워질 것으로 예측했다.

건설업계는 오히려 구조안전 가중치가 규제 완화 전보다 높아짐에 따라 '건물이 무너지지 않는 한' 재건축 사업이 어려워지는 게 아니냐며 우려하고 있다.

재건축 연한을 채운다고 해도 건물이 재건축을 할 만큼 충분히 노후화되지 않으면 사업을 추진할 수 없게 되기 때문이다.

국토부는 강화된 재건축 안전진단을 반영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개정안과 안전진단 기준 개정안을 21일 입법·행정 예고할 예정이다. 국토부는 개정 작업을 최대한 서둘러 이르면 내달 말에는 시행할 방침이다.

재건축 연한이 도래했지만 안전진단을 받지 않은 단지는 서울에만 10만3천822가구로 추정된다. 그중 목동 단지가 있는 양천은 2만2천358가구로 가장 많아 안전진단 기준 강화의 직격탄을 맞게 됐다.

한편, 재건축 대신 대안으로 떠오른 리모델링은 기존 건물을 전부 철거하고 새로 짓는 재건축과 달리, 증축 또는 대수선을 통해 내진 성능을 높여 주거환경을 개선한다.

무엇보다 리모델링은 정부의 부동산 규제에서 자유로운 점이 최대 장점이다. 리모델링은 올해부터 시행되는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를 피할 수 있고 재건축과 달리 조합원 지위양도 제한, 분양가 상한제 등의 규제도 적용받지 않는다. 기부 채납 의무도 없다는 장점도 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재건축 안전진단에서 구조 안정성 비중이 50%로 크게 높아짐에 따라 건물 상태가 양호한 단지들은 낮은 등급을 받을 가능이 낮아졌다"며 "따라서 리모델링 추진이 탄력을 받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전문가들은 "앞으로 무분별한 재건축은 줄어드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면서도 "안전진단 강화로 재건축 사업이 중단되면 앞으로 서울지역의 집값이 더욱 폭등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장기적으로 재건축 규제로 인한 집값 상승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건국대 부동산학과 심교언 교수는 "지금부터 재건축을 시작해도 최소 10년이 걸리는데 안전진단부터 발목이 잡히면 5∼6년 뒤에는 입주 물량이 줄어 수급 불균형이 나타날 것"이라며 "신도시 개발 등 대규모 택지개발도 중단된 상태에서 재건축 규제가 서울지역의 집값 상승을 부추길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자산관리연구원 고종완 원장도 "정부가 당장 집값 잡는 데만 급급해 미래 주택 수급은 내다보지 않는 근시안적 정책을 내놓고 있다"며 "한동안 재건축 사업이 어려워지면 집값은 안정되겠지만 앞으로 수요가 폭발할 가능성에도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