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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4강 속에 끼어 있는 문정부의 외교과제

한국은 지금 구한말과 같은 국제관계상의 위치에 놓여 있다. 구한말 동북아를 둘러싼 열강들은 제각기 한국을 자기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요리를 하려고 경쟁과 협상의 불꽃을 피웠다. 오늘날의 위상이 그 때와 좀 다르기는 하다. 우리나라가 경제적으로나 군사적으로 그 때처럼 무력하고 나약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우리가 주변 강대국 보다는 상대적으로 약소국의 위치에 있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문대통령은 지난 G20회의 참가 차 독일을 방문하여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각구의 대통령이나 수상들과 정상외교를 펼치면서 남북한 문제를 풀어나가는데 한국이 주도적 노력을 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였다. 거의 반년동안 국제외교지대에서 소외되어 있던 것을 생각하면 일단은 긍정적 결과라고 할 수 있다. 문대통령은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을 발사한 상황이었지만 베를린에서 ‘신베를린 대북정책’ 구상을 발표하였다. 남북한 평화협상체결과 흡수통일 배제 등 포괄적인 출구론을 제시한 것이다. 그러나 이런 정책방침이 북한에 어떻게 받아들여질지는 미지수다.

대화를 통한 문제해결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은 주변강국의 입장과 태도가 상당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는 상황에서 추정된다. 미국은 북한의 탄도미사일발사를 두고 ‘북한은 매우 위험한 태도’를 보이고 있으며 이에 대하여 ‘매우 혹독한 조치’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하고 있는데 비하여 중국과 러시아는 미국이 제시하는 이런 압박에 동조하지 않고 있다. 중국과 러시아는 ‘핵미사일 잠정중단’과 ‘한미군사훈련중단’ 등을 통하여 북한 비핵화와 평화공존을 한반도의 로드맵을 제시하고 있다.

이렇게 보면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공존의 문제는 우리 힘만으로는 해결이 되기 어렵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결국 미국과 중국이 이 문제를 어떤 시각으로 바라보고 접점을 찾을 수 있는 노력을 어떻게 하느냐 하는 것이 핵심적 대안이 된다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미국과 중국은 G2에 해당하는 강국으로서 자신의 주장과 이익을 쉽게 포기하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 여기에 남북문제와 핵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우리의 고민이 있다. 그러나 문정부는 어렵다고 해서 문제를 풀 수 있는 외교적 노력을 게을리 하여서는 안 된다. 외교전문가와 활용 가능한 인적 자원을 총동원하여 난제를 풀어가는 노력을 게을리 하여서는 안 된다. 이 문제는 국방비 분담, 사드보복과 겹쳐 있어 경제정책문제와도 상당히 중첩되어 있기 때문에 이런 외교정책의 성공여부는 바로 다른 사회경제적 공공정책의 성공과 직결되어 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김영종 동국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