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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예산심의과정에 합리성과 공익성이 안 보인다

예산은 한 해의 살림살이이며 정치의 밑거름이다. 예산이 어떻게 편성되고 집행되는가는 바로 정치가 잘 되느냐 못 되느냐 하는 문제와 직결되어 있다. 예산이 국가발전과 국민복지를 위하여 제대로 잘 짜여 져야 정치와 행정도 성공적으로 될 수 있다.

그런데 올해 예산은 심의과정에서부터 문제를 지니고 있다. 우선 국회예산심의는 법정기한 내에 처리되지 못하고 말았다. 여야 간 협의와 심의가 성실하지 못하다보니 법정기한을 준수하지 못한 것이다. 이번 예산심의가 지연된 주요 이유는 공무원증원문제와 관련되어 있다. 정부와 여당은 내년 공무원을 1만 2221명 증원하고자 하였으나 야당은 5000명 또는 3000명 감축을 주장하고 있다. 여당인 민주당은 2000명을 줄일 수 있다고 했으나 여야간 합의는 이루어지지 못하였다.

여당은 문대통령의 선거공약을 이행하고 청년실업을 줄이기 위하여 공무원의 대폭 증원을 주장하고 야당은 공무원증원에 따른 재정소요의 증대를 걱정하고 있다. 자본주의 경제체제에서 고용증대는 원칙적으로 경제활성화와 민간기업의 증대가 합리적 방법이다. 장기적으로 볼 때 경제적 효율성에 있어서도 민간부문의 확대가 바람직하다. 이는 선진자본주의 국가들의 경험을 보면 알 수 있다. 작은 국가를 지향하고 관료국가를 억제하는 것이 성장을 촉진하고 국민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데 적합한 것이다. 그렇다면 대통령의 선거공약은 정책적 합리성의 견지에서 재검토되어야 한다.

국회는 지난번 비서1명을 증원한데 이어 내년 세비도 2.6%올리는 것으로 결정하였다. 이렇게 되면 국회의원의 세비는 1억 4000만원으로 우리나라 근로자 평균의 세배가 넘는 보수를 받게 되는 셈이다. 윌 국회의원들의 세비는 국민소득대비 보수의 크기가 경제협력개발기구 중에서 일본과 이탈리아에 이어 3위이다. 헌법상의 면책특권과 불체포특권을 손보겠다고 해놓고 그대로 두면서 이렇게 자신들의 경제적 실리만 따지는 것은 예산의 공익성을 심하게 저해하는 처사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돈을 다루고 돈을 배분하는 과정을 보면 사람 됨됨이를 알 수 있고, 예산을 심의하고 배분하는 과정을 보면 그 나라의 정치수준을 알 수 있다. 국회의원들은 여야를 막론하고 예산심의를 하면서 과연 국가와 국민을 위하여 일을 하고 있는지 가슴에 손을 얹고 깊이 생각헤 보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