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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 판결, 대법원서 혐의 인정 돼 형량 가중 가능성"





▲항소심에서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2월 5일 오후 의왕시 서울구치소를 나서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항소심에서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2월 5일 오후 의왕시 서울구치소를 나서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묵시적 청탁 여부 등에 대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판결이 대법원에서 판가름나게 된다.

앞서 이 부회장에 대한 1·2심 판결은 끝났다. 지난 2월 1심의 5년 실형에 대해 2심은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이에 대해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집행유예 판결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대법원에 상고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경실련 등 진보단체는 전형적인 재벌 봐주기 판결이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반면 재계는 당시 2심 판결에 대해 "여론의 눈치를 보지 않은 합리적 판결"이라며 "경제 전반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이런 가운데 지난 3월 20일, 경제개혁연대는 이 부회장에 대한 판결이 대법원에서 혐의가 인정 돼 형량이 가중될 가능성이 있음을 예고했다. 삼성 뇌물사건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로 풀려난 이 부회장이 상고심에서 집행유예 대신 실형이 선고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경제개혁연대는 '이재용 판결의 전망과 과제'(작성 이상훈·김도희 변호사)란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전했다.

보고서는 "지난 2월 삼성 뇌물사건 항소심 재판부가 승계 현안이나 승계작업이 없었고 이를 위한 묵시적 청탁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은 이 부회장이 삼성에 대한 지배력을 아직 확보하지 못했고 개별 현안들이 모두 승계작업의 일환이라는 점을 간과한 것"이라며 "이는 1심 판결은 물론 국민연금의 삼성물산 합병 찬성 압력 관련 문형표·홍완선 판결과도 상반된 것"이라고 비판했다.

보고서는 항소심 판결이 이 부회장이 삼성그룹에 대한 지배력을 확보하고 있었기 때문에 경영권 승계 현안이나 승계 작업이 큰 의미가 없다는 생각과, 2009년 변양균 사건을 기본 배경으로 하는 것이라고 봤다.

"이 부회장은 승계를 위해 자신이 가진 제일모직(현 삼성물산 25.1%)과 삼성SDS(11.25%) 지분을 삼성전자에 대한 지배력으로 전환해야 할 과제가 있었고, 2014년 5월 이 회장이 갑자기 쓰러지면서 불안정한 지배구조를 안전하게 이어받아야 할 상황이었다"며 "항소심 재판부가 제대로 봤다면 삼성의 가장 큰 과제가 경영권 승계 현안이었음을 쉽게 파악할 수 있었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당시 이 회장과 이부회장은 각각 삼성전자에 대한 직접 지분을 3.38·0.57%만을 갖고 있었다. 삼성생명 등 금융 계열사를 매개로 한 간접적인 방법으로 삼성전자를 지배하는 불안정한 상태였다.

"이 부회장은 자신이 지분을 보유한 제일모직과 삼성전자의 주식을 보유한 삼성물산을 합병하면서 합병비율을 제일모직에 유리하게 가져가는 것이 삼성전자 지분을 더 많이 확보하는 것이었다"면서 "(삼성물산 합병에 따른 신규 순환출자 고리 해소와 관련해서도) 삼성물산 지배력 확보를 위해 공정거래위원회에 삼성물산 처분물량의 최소화를 위한 로비를 할 유인이 있었다"고 해석했다.

보고서는 더 깊게 들어갔다. "삼성의 고질적인 지배구조 문제는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주식 보유가 해결되지 않은 것"이라며 "삼성생명이 금융지주회사로 전환하면 추가자금 투입 없이 이 부회장의 지배력 강화가 가능하기 때문에 삼성에 우호적인 박근혜 정부에서 전환 계획에 대한 금융위원회의 승인을 추진할 유인이 있었고 이 부회장 입장에서 가장 효과적인 중간 금융지주회사 도입이 필요했다"고 설명했다.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주식 보유와 관련, 당시 공정거래법상 금융·보험사의 계열사 주식행사 제한 문제, 제일모직(구 에버랜드)의 금융 지주회사 강제 전환 위험, 금융산업의 구조개선에 관한 법률 제24조 위반 논란, 주식가치 평가기준에 대한 보험업법 개정 여부 등 삼성 지배구조를 흔들 위험이 상존하고 있었다고 했다.

보고서는 "그 외 1심에서는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의 지위와 역할, 삼성그룹의 지배구조에 관한 전문가들의 의견, 금융·시장감독기구와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실에서 작성한 이 부회장 승계와 관련해 작성한 보고서 등을 통해 승계작업의 존재를 인정한 바 있다"며 "삼성바이오로직스 상장 등 승계 작업을 추진할 수 있는 자료들이 있었음에도 항소심에서는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경영권 승계 현안의 존재 여부는 법상 뇌물·청탁의 범위와 밀접한 관련이 있어 상고심에서 중요 쟁점이 될 것"이라며 "이 부회장으로의 경영권 승계작업 여부는 뇌물공여죄의 동기이자 청탁의 대상"이라고 했다.

이어 "여기서의 승계작업이라 함은 단순히 지배권을 확보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이 부회장의 비용을 최소한으로 들이는 것과 현재의 불안정한 지배구조를 보다 안정적으로 만드는 것을 동시에 충족시키는 것이라 할 수 있다"며 "항소심에서는 이를 의도적으로 분리해 판단함으로써 지배구조를 개선하려다보니 안정적 승계에 유리해졌다는 모순된 결론에 이르러렀다"고 설명했다.

보고서는 "항소심은 경영권 승계작업을 구성하는 개별현안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상태에서 판단한 것이므로 상고심에서 개별현안의 배경과 의미 등을 종합하면 이 부회장으로의 경영권 승계현안과 승계작업의 존재 자체를 부인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항소심에서 무죄가 선고된 제3자 뇌물죄도 유죄로 나올 수 있고 뇌물 공여도 적극적 공여자의 지위로 바뀌게 돼 파기환송심 판결에서 형량이 가중될 수 있다"고 봤다.

사건의 중요성과 복잡함을 감안할 때 대법원은 전원합의체로 결정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1심과 2심이 갈리는 재판은 보통 대법원에서 전원합의체로 회부하는 경우가 많다. 국민적 관심사가 증폭 돼 있고 논란의 여지가 많아 대법원의 최종판결이 나오기까지는 적어도 1년이 넘게 걸릴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