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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시간 단축, 외식‧레저 '환영'...건설‧제조 우려

외저

오는 7월부터 법정 최장 근로시간이 주당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단축되는 것을 두고 업계에서는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외식·영화·공연 등의 업종은 근로시간 단축으로 여가를 즐기면서 '일과 삶의 균형'(Work-Life Balance·워라밸)을 찾으려는 움직임이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수혜를 기대하는 분위기다.

반면에 노동집약 산업인 제조업과 건설업을 비롯해 버스운송업 등은 인건비 부담이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적지 않다.

근로시간 단축의 대표적인 수혜업종으로는 외식, 영화·공연, 여행·관광 관련 업종 등이 꼽힌다.

근로시간이 줄어들면 직장인들이 퇴근 후 다양한 여가·취미 활동을 하면서 소위 '저녁이 있는 삶'을 즐길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특히 외식업종은 변화를 가장 먼저 체감할 분야로 꼽힌다.

국내 한 특급호텔 관계자도 "근로시간 단축이 여행·숙박 업계에 긍정적이라는 데 대체로 공감하는 분위기지만 호텔 투숙객이 당장 눈에 띄게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지는 않는다"고 전했다.

유통업계도 비슷하다. 주5일제 시행 때처럼 스포츠·레저용품이나 나들이용 물품 수요가 늘겠지만 본격적인 매출 효과로 이어지려면서 시간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한편, 건설과 운송서비스업, 제조업 등 노동력 투입이 많은 업종은 인건비 걱정에 오히려 한숨을 쉬고 있다. 근무시간이 줄어들면 인력을 새로 보충해야 하는데 업무 능력이 비슷한 새로운 인력을 뽑기는 더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버스운송 업계는 필요한 운전사 충원이 어려울 경우 노선을 단축·폐지할 가능성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경기도가 버스운송사업조합에 가입해 있는 버스업체 58곳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운전기사의 근로시간이 주 52시간으로 단축되면 8천여 명의 기사를 더 뽑아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회사 사정을 고려하면 실제로 뽑을 수 있는 인원은 1천여 명 정도에 그쳐 결국 기사 부족으로 운행 노선이 감축될 수밖에 없다는 게 업계의 주장이다.

대표 노동집약 산업인 건설업계도 근로시간 단축으로 해외프로젝트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

국내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해외 플랜트건설 등을 놓고 외국계 기업과 경쟁하는데 지금도 원가 경쟁이 힘든 상황"이라며 "그런 상황에서 인건비 등 간접비가 늘어나면 경쟁이 될 수가 없다"고 우려했다.

이 관계자는 "국내에서야 공공기관 등이 발주할 때 주 52시간 단축분을 반영해줄 수도 있겠지만 외국 기업들이 한국 노동법 바뀌었다고 입찰가에 사정을 봐주진 않는다"며 "정부가 해외에 나간 기업의 얘기도 들어보고 순차적으로 제도를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동안 사실상 무제한 노동이 가능했으나 이번에 '특례업종'에서 제외된 방송·광고업계 등은 법 시행이 유예된 1년 동안 대책 마련에 분주할 전망이다.

특례업종에서 폐지된 업종은 방송·광고·통신·우편업 등 21개다. 해당 업종은 300인 이상 사업장에 해당하는 경우 주당 52시간 근로규정을 내년 7월에 적용받는다.

이런 업종에서는 프로젝트 마감 등이 임박한 '피크타임'에 노동자들의 밤샘 노동이 다반사여서 개선 목소리가 높았다.

유연근무제 도입 등으로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업종도 있다.

게임 출시 전 장시간 집중적으로 근무하는 이른바 '크런치 모드' 탓에 과로사 사례가 잇따라 나왔던 게임업계는 상위 게임사를 중심으로 52시간 단축에 유연하게 대응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대형 게임사를 중심으로 출퇴근 시간을 조정하는 유연 출·퇴근제 등을 도입하고 사전에 신청해야 연장근무를 허용하는 방식으로 연장근무를 원칙적으로는 금지하는 방안 등이 속속 도입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