섹션

폭염으로 과일값 줄줄이 인상..."비싸서 수박 먹기도 겁난다"

채소

계속되는 폭염에 채솟값이 급등한 데 이어 봄철 이상저온 피해까지 겪은 과일값이 또 줄줄이 오르고 있어 장바구니 부담이 커지고 있다. '금수박', '금금치'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수박과 함께 시금치의 가격도 만만치 않게 올랐다.

지난 8일 오후 서울 잠실의 롯데마트 신선식품 코너에는 장을 보러 나온 사람들이 상품을 만지작거리며 가격을 살피다 이내 내려놓는 모습이 자주 목격됐다.

장을 보던 잠실 지역 주민 김정희(67·여) 씨는 무 1개를 들어 올렸다가 3천180원이라고 붙은 가격표를 확인하고는 이내 내려놨다. 그리고 옆에 있던 2분의 1개짜리 무(2천115원)를 대신 장바구니에 집어넣었다.

김 씨는 "무가 저렇게 비싸니 살 수가 없다"며 "물가가 정말 많이 오른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수박은 말할 수 없이 많이 올라서 올여름에 서민은 수박 먹기 힘들다"며 "지난해에는 1만8천원 하던 것이 올해는 2만8천원, 3만원까지 한다. 3만원이면 일반 가정집에서는 못 사 먹는다"고 말했다.

실제로 마트 진열대에는 수박 2분의 1조각이 1만2천900원에 판매되고 있었다. 4분의 1조각은 6천900원이었다.

인근 롯데백화점 잠실점 지하에서는 수박 한 통이 4만원에 판매 중이었다.

수박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8월 현재 수박 1통의 평균 소매가격은 2만6천42원이다. 직전 달인 7월(1만6천577원)보다 57.1% 오른 것이고, 지난해 8월(1만9천213원)과 비교해서도 35.5% 높은 수준이다.

참외 가격도 급등했다.

참외(10개 기준) 가격은 8월 현재 1만6천754원으로 지난 7월 및 지난해 8월과 비교해 각각 26.8%, 15.5% 비싸졌다. 야채 중에서는 양배추, 시금치, 배추, 파프리카 등의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배추 1포기 평균 가격은 5천770원으로 직전 달보다 86.2% 올랐고 지난해보다는 12.5% 올랐다. 시금치는 1㎏에 1만3천11원으로 직전 달(5천302원)보다 145%나 급등했고 지난해 8월(1만2천351월)과 비교해서는 5.3% 인상됐다.

양배추는 1포기 기준 6천466원으로 직전 달(2천967원)보다 117.9% 치솟았고 지난해 8월(3천512원)보다는 84.1% 올랐다.
이들 가격을 토대로 했을 때 수박 1통과 참외 10개, 배추 1포기, 양배추 1포기, 시금치 1㎏, 파프리카 200g을 사면 8월 현재 총액은 6만9천158원이 든다.

직전 달 총액(4만2천211원), 지난해 8월 총액(5천5731원)과 비교했을 때 각각 63.8%, 24.1% 오른 것이다.

이런 농산물 가격 급등은 폭염 영향이 가장 큰 것으로 분석된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초여름부터 고온현상으로 과실의 생육이 전년 대비 1주일가량 빨라지면서, 끝나는 시기 역시 앞당겨졌다"며 "물량은 부족한데 여전히 폭염이 지속하면서 수박이나 참외 같은 과일 가격이 많이 올랐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잎채소의 경우 폭염으로 인해 녹아드는 현상 등으로 물량이 부족해지면서 가격이 오르고 있고, 열매채소의 경우 폭염에 착과(나무에 열매가 열리는 것)가 안 되면서 물량 수급이 어렵다"라고 말했다.

과일

△ 이달 사과와 감귤, 포도, 복숭아 일제히 오른다

9일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업관측본부에 따르면 이달 사과와 감귤, 포도, 복숭아 등 주요 과일 도매가격이 일제히 오를 것으로 예측된다.

품목별로는 이달 사과(쓰가루 10㎏ 기준) 가격은 지난해 같은 기간 3만600원보다 높은 3만1천~3만4천 원으로 예상된다. 감귤(하우스온주 1㎏ 기준) 가격은 지난해 5천500원보다 높은 5천500~5천700원으로 전망된다.

포도(켐벨얼리 5㎏ 기준) 가격은 지난해 1만9천300원보다 오른 1만9천~2만1천 원으로 예상된다. 북숭아 가격은 레드골드가 10㎏ 기준으로 지난해 3만2천200원보다 높은 3만2천~3만5천 원, 천중도백도가 4.5㎏ 기준으로 지난해 1만6천500원보다 오른 2만~2만3천 원으로 전망된다.

다만 배(원황 15㎏ 기준)는 저장배 가격 약세 영향으로 지난해 3만7천800원보다 낮은 3만~3만3천 원에 거래될 것으로 보인다.

과일값 상승은 개화기인 봄철의 이상저온 피해와 최근 폭염으로 인해 과일 생육이 저조하면서 출하량도 감소한 영향으로 분석된다.

농업관측본부는 올해 감귤을 제외한 주요 과일의 생산량이 일제히 급감할 것으로 전망했다.

품목별로는 사과 14.4%, 배 20.4%, 복숭아 11.6%, 단감 7%, 포도 8.4% 등 생산이 감소할 전망이다. 감귤만 1% 소폭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품질 조사 결과 사과는 상품(上品) 비율이 감소하고 배 역시 크기가 작고 모양이 좋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포도와 복숭아도 알이 충분히 크지 않거나 색상이 불량한 경우가 많은 등 품질도 대체로 떨어졌다.

과일값 상승이 일시적 요인이 아니라 올해 전반적인 생육 부진인 탓에 오는 9월 추석 대목에는 과일값이 더욱 급등할 것이라는 예측도 나왔다.

한편 배추와 무 등 잎·뿌리 채소의 가격 상승세는 이달에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배추는 10㎏ 기준 가격이 지난해 1만3천940원보다 오른 1만5천 원, 무는 20㎏ 기준 가격이 지난해 1만8천350원보다 오른 2만2천 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당근은 20㎏ 기준 가격이 3만7천 원으로 지난해 2만2천50원의 2배 가까이로 오르고 양배추도 8㎏ 기준으로 지난해 9천430원에서 이달에는 1만4천 원까지 오를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