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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분기 소득분배 더 악화됐다...1분위 17.7%↓‧5분위 10%↑

지난해 4분기 소득하위 20%(1분위)의 월평균 소득이 전년동기대비 17.7%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에 소득 상위 20%(5분위)의 명목소득은 역대급 증가세를 이어가면서 4분기 기준 소득분배지표는 집계가 시작된 2003년 이후 가장 나빠졌다. 빈곤층이 더욱 빈곤해진 셈이다.

1분위 소득, 사상 최대 감소…5분위 10% 이상 증가=통계청이 21일 발표한 ‘가계동향조사(소득부문)’에 따르면, 1분위 가구의 작년 4분기(10~12월) 월 평균 소득은 123만8200원으로 전년대비 17.7% 감소했다. 근로소득이 36.8% 급감하면서 소득 감소폭이 커졌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실직이 늘면서 근로소득이 36.8% 감소한 것으로 분석된다.

평균 소득 감소율과 근로소득 감소율 모두 계층별 소득 통계가 작성된 후 사상 최대다. 소득하위 20~40% 계층인 2분위 소득도 4.8% 줄었다. 소득 1, 2분위 소득은 지난해 1분기부터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1, 2분위 소득이 4개 분기 동안 연속적으로 감소한 것도 통계 작성 후 처음 있는 일이다.

통계청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상용직은 대폭 증가했지만 취약 일자리인 임시직 근로자는 17만여명 줄었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고용참사' 여파가 임시·일용직 등 취약 일자리 감소로 이어지면서 저소득층의 근로소득이 대폭 줄어든 것으로 해석된다.

저소득층의 소득은 사상 최대 수준으로 감소하는 반면, 고소득 계층일수록 소득 증가율이 높아지는 추세를 보였다.

고소득층이라 할 수 있는 4분위(소득상위 20~40%) 월평균 소득은 전년대비 4.8% 증가한 557만2900원, 5분위(소득상위 20%) 월 평균소득은 전년대비 10.4% 증가한 932만43000원으로 조사됐다.

소득 상하위 격차를 나타내는 ‘균등화 처분가능소득 5분위 배율’은 5.47배로 4분기 기준으로 2003년 통계 작성 후 최대치를 나타냈다.

소득주도 성장 정책의 역설, 소득격차 더 벌린 셈=소득주도성장을 위한 최저임금 인상 등 정부 정책이 소득격차를 더 벌어지게 하는 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고용부진이 장기화되면서 저소득층 중심으로 소득이 줄고 있고 전체 가구의 비소비지출은 크게 늘어났다.

지난해 하반기 아동수당, 기초연금 인상 등으로 공적 이전소득이 늘긴 했지만 모든 계층이 혜택을 받은 데다가 근로소득을 대체하기에도 부족했다.

지난해 4분기 분위별 공적 이전소득 금액을 보면 1분위 가구는 월평균 44만2600원, 2분위 가구는 43만8500원이었다. 3~5분위 가구도 각각 31만9700원, 25만8200원, 30만3900원을 연금 등으로 받고 있다.

박상영 통계청 복지통계과장은 "1분위 근로소득 급감은 취약한 한계일자리를 중심으로 고용상황이 악화한 게 큰 원인으로 보인다"면서 "고용동향을 보면 4분기에 상용직은 증가했지만, 임시직은 17만명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1분위 취업가구원수는 4분기 0.64명으로 2017년 4분기(0.80명)에 비해 크게 줄었다.

그는 "반면에 5분위 가구는 상용직 고용상황이 좋은데다, 취업가구원수가 2.02명에서 2.07명으로 늘었고 임금도 상승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세금‧사회보험료 급증...4분기 12.5% 급등=지난해 4분기 월 평균 비소비지출은 95만3900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 증가했다. 4분기 기준 비소비지출 증가 폭은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2017년(12.5%)부터 10%를 웃돌았다. 2017년 1분기까지 한 자릿수 내외에 불과했던 비소비지출 증가율은 2017년 4분기 12.5%로 폭등했다.

평균 가계소득(460만6100원)에서 비소비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20.7%였다. 전년 동기 비소비지출 비중(19.5%)보다 1.2%포인트 증가했다. 벌어들인 돈의 20%를 세금 및 사회보험료로 정부에 내야 한다는 것이다.

비소비지출은 조세(소득세·재산세·자동차세 등), 공적연금(국민연금 등), 사회보험(건강보험료 등), 이자, 가구 간 이전(경조사비·부모님 용돈 등), 비영리단체로 이전(각종 기부금) 등 상품을 사는 데 쓰이지 않았음에도 가계에서 빠져나간 돈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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