섹션

한은, ‘내우외환’에 8개월 만에 금리 유턴...성장률하강‧日규제 영향

한국은행이 18일 기준금리를 연 1.75%에서 1.50%로 인하했다. 수출, 투자가 계속 부진한 가운데 일본의 수출규제가 경제에 불확실성을 키우면서 통화당국 입장에선 조금이라도 먼저 대응하는 게 경제심리 회복에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금융권에 따르면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가 이르면 이달, 늦더라도 내달 30일 예정된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p) 낮출 것이란 예상에는 시장 전문가 사이에 이견이 거의 없었다.

7월 인하냐, 8월 인하냐 시기의 결정만 남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관측이었다. 다수의 전문가는 미국의 금리 결정을 지켜본 이후 금리 행보를 결정해오던 과거 한은의 행보를 참작할 때 7월보다는 8월 인하에 무게를 뒀다.

박희찬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의회 증언에서 7월 인하 메시지를 던진 만큼 굳이 연준의 결정을 기다리지 않은 것 같다"며 "현재 경기상황에선 한발이라도 빨리 움직이는 게 낫다고 판단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부진한 경제지표와 목표치 대비 크게 낮은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인하 시기를 앞당긴 요인으로 작용했다.

앞서 이주열 한은 총재는 지난 5월 금통위 후 기자간담회에서 1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이례적 요인 탓에 부진했으며 2분기에는 경기가 나아질 것이라고 언급했으나 2분기 경기가 애초 기대했던 것만큼 회복되지 않는 모습이다. 반도체 부진에 수출은 작년 12월부터 올해 6월까지 7개월째 마이너스(-)였다. 7월 1∼10일 수출도 한해 전보다 2.6% 감소했다.

한은은 이날 오후 수정 경제전망을 발표하면서 올해 경제성장률을 기존 2.5%에서 낮출 것으로 예상된다.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도 당초 전망(전년 동기 대비 1.1%)보다 낮은 0%대 상승률로 하향 조정할 것으로 보인다. 한은의 물가안정목표는 전년 동기 대비 2.0%다.

결국 부진한 경기와 목표 대비 낮은 물가상승률이 한은의 금리 인하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한은이 지난해 11월 금리를 연 1.50%에서 1.75%로 올린지 8개월 만에 금리 방향을 바꾼 것이다.
일본의 수출규제도 경제 불확실성을 키우는 이슈로 한은 판단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이미선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전날 낸 보고서에서 일본의 한국에 대한 반도체 소재 수출규제가 하반기 내내 지속하고 반도체 이외의 산업으로도 수출규제가 확대될 경우 올해 경제성장률이 0.8%포인트 하락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일본의 수출제한 조치 등 여러 불확실성이 중첩되면서 한은이 금리인하를 미룰 명분이 약해졌다는 게 이 연구원의 평가다.

강현주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일본 수출규제가 당장 가시적으로 성장률을 내리는 위험 요인으로 작용하진 않더라도 대외 불안 요인으로는 작용할 수 있다"며 "한은으로선 경기 대응을 위해 금리인하를 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주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