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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은행권 대출 20조 증가…대기업 대출 8조↑

3월 한 달 새 주요 5대 은행의 원화 대출이 20조 원 가까이 급증했다. 코로나19 확산에 금융시장이 불안해지면서 기업의 대출 신청이 급증한 데다 가계대출도 크게 늘었다.

2일 업계에 따르면 KB국민·신한·우리·하나·NH농협은행의 3월 원화대출 잔액은 1천170조7천335억 원으로 전달보다 19조8천688억 원 늘었다.

관련 통계를 구할 수 있는 2015년 9월 이후 최대 규모로 증가한 것이다.

5대 은행의 원화대출이 10조 원 이상 늘어난 경우는 지난달을 제외하고 2015년 10월(14조2천840억 원)과 11월(13조1천99억 원), 2019년 10월(10조4천353억 원) 등 3차례 밖에 없을 정도로 드문 일이었다.

올해 들어서 원화대출은 1월에 5조2천775억원, 2월에 5조5천320억원으로 매달 5조원가량 증가했다.

3월 기업대출 증가액이 13조4천568억원으로 전월(3조6천702억원)의 4배 가까이에 이른다. 한달 사이 대기업 대출이 8조949억 원이나 늘었다.

코로나19 확산에 금융시장이 불안정해지면서 채권시장이 얼어붙자 대기업들이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해 기존에 설정해 둔 은행 한도성 거래여신을 실제 사용하기 시작한 것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회사채 시장이 안 좋아지면서 기업들이 회사채 만기 연장이 안 될 경우에 대비하고 분기말 하청업체에 미지급금을 주기 위해 대기업의 한도대출이 늘었다"고 말했다.

중소기업 대출도 많이 증가한 편이다. 전월 대비 5조3천619억 원 늘었다. 코로나19 피해 중소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은행권에서 대출 문턱을 낮춘 영향 때문이다.

특히 중소기업 대출 가운데 개인사업자 대출이 2조7천755억원이나 증가했다. 예외적으로 많이 늘어난 경우였다.

기업대출뿐 아니라 가계대출 증가세도 상당했다. 5대 은행의 가계대출은 지난달에 6조6천801억원 늘었다. 가계부채 증가세가 한창이었던 2015년 11월(10조1천822억원) 이후 4년 4개월 만의 최대치였다.

가계대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주택담보대출이 지난달 4조6천88억원이나 늘었다. 역시 2015년 12월(5조6천238억원) 이후 가장 큰 폭의 증가세였다.

최근 부동산 시장이 진정국면에 들어선 상황에서 주택담보대출이 급증한 것은 이례적이다.

올해 들어 주택담보대출은 1월에 1조2천557억원, 2월에 9천564억원 늘어나는 데 그쳤다.

이는 주택 구매 수요가 전세 수요로 전환되고 대출 규제가 강화되기 전에 대출을 받으려는 수요가 몰려 전세자금이 많이 늘어났기 때문으로 보인다.

여기에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경기침체로 생활안정자금을 마련하기 위한 수요도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주택을 담보로 대출을 받는 목적이 주택 구입에 한정되지는 않는다. 소상공인들은 개인사업자 대출뿐 아니라 주택담보대출로도 필요한 돈을 구하곤 한다.

개인신용대출이 3월에 2조2천408억 원이나 늘어난 점은 경기침체의 영향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관련 통계를 찾아볼 수 있는 2016년 1월 이후 가장 큰 증가 폭이었다. 5대 은행의 개인신용대출이 2조원 넘게 증가한 사례는 2018년 10월(2조1천171억 원) 이후 처음이기도 하다.

신용대출이 많이 늘어난 데에는 주식 하락장에 상승을 기대하고 들어가는 '개미' 투자자가 증가한 것과 관련이 있다는 분석도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직장인을 대상으로 하는 신용대출이 증가한 것을 보면, 신용대출을 받아 주식 투자를 하는 이들이 적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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