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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체육회 100년 국민과 함께한다지만 최숙현과는 함께하지 못했다

[재경일보=왕미선 기자] 대한체육회는 올해 100주년을 맞아 대한체육회 100주년 및 대한민국 체육 100년 역사를 기념하여 대한민국 스포츠의 새로운 도약 및 국제위상 강화에 나서는 모습이다.

하지만 트라이애슬론(철인3종경기) 기대주로 가혹 행위를 받은 것으로 알려진 고(故) 최숙현 선수와 함께하지 못했다.

최숙현 선수는 지난 2월 경주시청 감독과 팀닥터 등을 고소했고, 4월에 대한체육회, 대한철인3종협회에 폭력 행위를 알렸지만, 별도의 조치가 없자 지난달 26일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유족과 고인의 지인들은 "고인은 경주시청에서 오랫동안 가혹행위에 시달렸다. 체중이 불었다고 폭행과 폭언에 시달렸고, 사실이 아닌 소문으로 내 명예도 실추시켰다"며 "대한체육회, 대한철인3종협회에 진정서를 내도 조치가 취해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국가대표와 청소년 대표로 뛴 23세의 트라이애슬론(철인3종경기) 선수 고(故) 최숙현 씨가 2013년 전국 해양스포츠제전에 참가해 금메달을 목에 거는 모습. 2020.7.2 [고 최숙현 선수 유족 제공.
고 최숙현 선수 유족 제공

한국 트라이에슬론과 체육계는 유망주를 잃고 나서야 엄정한 조치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대한체육회는 지난 1일 입장문을 내고 조속하고 엄중한 조처를 하겠다고 약속했다.

체육회 스포츠인권센터는 올해 4월 8일 극단적인 선택을 한 선수로부터 폭력 신고를 받았고, 피해자의 나이와 성별을 고려해 여성 조사관을 배정, 즉시 조사에 착수했다고 경과를 전했다.

이어 체육회는 검찰 조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해 사건 조사를 조속히 마무리하고 대한철인3종협회 스포츠공정위원회를 통해 관련자들에게 엄중한 조처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이번 사건에 미온적으로 대처하거나 은폐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클린스포츠센터와 경북체육회 등 관계 기관의 감사와 조사도 검토 중이라고 덧붙였다.

대한철인3종협회도 "빠르고 엄정한 조치를 하겠다"고 밝혔다.

박석원 대한철인3종협회 회장은 성명을 내고 "고 최숙현 선수와 유가족분들께 깊은 애도의 뜻을 전한다. 협회는 이번 사건을 매우 엄중하게 보고 있다. 스포츠 공정위심의에 따라 협회가 할 수 있는 빠르고 단호한 조치를 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재발 방지를 위해 모든 수단을 강구하겠다. 이런 일이 우리 종목에 다시 벌어지지 않게 하겠다"고 덧붙였다.

협회는 현재 자체 조사를 하고 있으며, 7월 9일에 스포츠공정위원회를 열어 가혹행위 문제를 다룰 계획이다.

한편 문재인 대통령은 2일 최윤희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에게 전반적인 스포츠 인권 문제를 챙기라고 지시했다.

문 대통령은 "최 선수가 대한체육회 스포츠인권센터에 폭력을 신고한 날이 4월 8일이었는데도 제대로 조처되지 않아 이런 불행한 일이 일어난 것은 정말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향후 스포츠 인권과 관련한 일이 재발하지 않게 철저히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지시했다.

문체부는 특별조사단을 통해 이번 사안에 관한 경위와 문제점을 파악하고 문제가 드러난 관련자에 관해 문책하기로 했다.

아울러 지난 4월 대한체육회 클린스포츠센터에 신고가 접수됐을 때 신속한 조사가 이뤄지지 않는 점에 관해 조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최 차관은 이날 대한체육회를 방문해 "선수 출신으로서 이런 사태가 발생한 데 대해 누구보다 가슴 아프다"며 "후배 선수들이 인권이 보장되는 환경에서 행복하게 운동에 전념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