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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양가 오르고 대출은 막혀…현금 부자만 집 산다

분양가는 오르는데 대출은 막히고 실거주의무조항까지 더해지면서 현금 동원력이 떨어지는 무주택 서민들의 내 집 마련은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분양 실거주 의무기간 강화 정책으로 전세에서 내 집마련으로 이어지는 사다리를 차단하는 등의 역효과가 일어날 수 있다며 무주택자들에 한해 기존 대출 규제를 풀어 주는 등의 보완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정부는 지난 16일 국무회의를 열고 주택법 시행령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분양가 상한제 적용 단지의 분양가격과 주변 시세 차이에 따라 최소 2년에서 최대 5년까지 분양받은 집 주인의 직접 거주 의무 기간을 강화한 것.

아파트

▲대출 규제에 현금없는 무주택자, 내 집 마련은 '그림의 떡'

이번 조치로 대출 규제로 가뜩이나 자금이 부족한 서민들이 분양받은 아파트를 전세로 놓고 전세 보증금으로 잔금을 치르는 관행이 막히게 됐다.

이로 인해 전세금으로 부족한 돈을 마련하려던 집주인과 신규 단지 전세 입주를 찾는 세입자 모두 곤란하게 됐다.

최근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분양가 심사제도 개선안’을 발표하며 주변 아파트 시세의 90%까지로 분양가 인상을 사실상 인정한 셈이 됐다. 서울 지역 기준 5억 원에서 10억 원의 현금이 없다면 분양조차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는 우려가 나온다.

서울 아파트의 평균 분양 가격이 평당 2천800만원을 넘은 가운데, 대출 규제로 30평 대 중형 아파트는 사실상 중도금 또는 잔금 대출 자체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지난달 서울 민간 아파트 평군 분양가격이 평당 2천827만원을 기록한 데 이어 분양가가 9억 원이 넘으면 공적 보증금을 통한 중도금 대출을 받을 수 없다. 계약금과 함께 분양가의 60% 수준인 중도금을 직접 조달해야 한다는 뜻이다.

주택담보대출 관련 규제 강화로 분양가 9억원 이하도 자금 조달이 어려워졌다. 조정대상지역에서는 분양가가 9억원 이상인 경우 중도금 대출을 받을 수가 없고 15억원 이상이면 잔금 대출까지 불가능하다.

부동산 정보업체 직방에 따르면 서울에서 분양가 9억원 초과 아파트 비율은 2017년 10.8%에서 지난해 35.8%로 상승했다.

이에 대해 업계에서는 금융 대출 규제가 완회되지 않으면 현금 없는 무주택자들의 '내 집 마련'은 사실상 그림의 떡이 됐다고 지적한다.

정부는 지난 2017년 8·2 대책을 통해 서울 등 투기과열지구·투기지역의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을 40%로 줄였다. 2019년 12·16 대책에서는 9억원 초과분에 대한 LTV를 20%로 축소했으며 지난해 11월 이후 신용대출까지 조이면서 무주택자의 자금을 조달할 길이 더욱 좁아졌다.

전문가들은 서울에서 분양가 9억 원이 넘는 아파트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현금 부자'만 유리한 시장 환경이 만들어졌다고 지적하며 무주택 실수요자들에 한해 대출 규제를 풀어 필요한 자금을 마련할 길을 터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분양

▲신규 단지 전세 사라지고 전세난 가중 우려

한편, 신규 단지에 전세를 찾는 세입자들의 전세난 가중도 우려된다. 집주인의 거주의무 기간이 늘어나 신규 전세 매물이 사라지면 주변 지역의 전셋값이 올라가는 풍선효과가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부동산 업계는 봄 이사철이 다가오면서 새 학기철을 맞아 이동 수요가 많은 데 비해 전세 매물이 부족하면서 전셋값은 더 올라갈 수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