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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 공직자 재산신고 대상은 아직

공직자윤리법에 규정 없어..."법적 실체·지위 불명확한 탓"
금융당국, 직원 투자현황 일제히 점검 시작

가상화폐가 투자 열기로 비트코인 등의 거래가 활발하지만 아직 공직자의 재산신고 대상이 아닌 것으로 나타났다.

26일 기획재정부와 한국거래소 등 각 부처와 공공기관에 따르면 가상화폐는 공직자윤리법에 따른 공직자 재산신고 대상이 아니다.

따라서 재산신고 의무가 있는 공직자가 가상화폐를 거액 보유하고 신고하지 않더라도 공직자윤리법 위반으로 제재할 수 없다.

지난달 관보에 공개된 고위공직자 정기 재산변동 내역을 보면 비트코인, 리플, 이더리움 등 가상화폐 보유 현황은 파악되지 않는다.

공직자 재산신고 소관 부처인 인사혁신처는 가상화폐 투자자가 늘어나는 현실을 고려해 신고의 마지막 부분인 변동요약서에 증감 사유를 기재하라고 '안내'하지만 의무는 아니다.

인사혁신처 관계자는 "4급 이상 재산신고 의무 공직자 중 가상자산 보유 사실을 신고한 사례는 있지만, 공개 항목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가상자산은 지난해 세법 개정으로 과세 대상이 됐지만 공직자윤리법에서는 사각지대에 있는 것이다.

경제부처 한 관계자는 "가상화폐의 법적 실체와 지위, 소관 부처 등이 분명하지 않기 때문에 공직자윤리법으로 통제하기도 어려운 실정"이라며 "행동강령으로 직무 관련 부서·직위를 명시적으로 지정하지 않은 기관이라면 사실상 공무원 개인에게 투자 판단이 맡겨져 있는 것"이라고 전했다.

공직자의 가상화폐 투자 자체를 막을 이유는 없지만 이해충돌 방지대책은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윤창현 의원은 "정부가 코인을 금융자산으로 인정하지 않는 것과 금융 관련 공직자에 대한 거래 규제는 별도의 문제"라며 "이해충돌 방지 차원에서라도 가상화폐 거래 현황을 정기적으로 신고받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비트코인 이미지
비트코인 트위터 캡처

◆ 금융당국은 직원의 코인 투자현황 파악 시작

이날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다음 달 7일까지 금융혁신과 등 가상화폐 정책과 관련 있는 부서 직원들로부터 가상화폐 투자 현황을 보고받는다.

금융당국 직원들의 주식 투자가 자본시장법에 따라 엄격한 제한을 받는 것과 달리 가상화폐 투자는 별도 법 적용을 받고 있지 않다.

대신 금융위 내규(훈령)인 '공무원 행동강령'에 따르면 가상화폐와 직무 관련성이 있는 직원은 직무수행 중 알게 된 가상화폐 관련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가상화폐 투자를 해선 안 된다. 가상화폐를 보유했을 경우 금융위원장에게 신고 의무도 지닌다.

금융위는 가상화폐를 직접 다루지 않는 부서에도 조만간 거래를 자제해달라고 공지할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위 관계자는 "최근 인사이동과 조직 개편도 있었던 만큼 기존 행동강령을 상기시키는 차원"이라며 "신고 대상자가 나오면 매도를 독촉하고 가상화폐 투자로 인한 복무 자세 등을 점검해 위반 사례가 나오면 징계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금융감독원도 금융위와 동일한 수준의 행동강령 지침에 따라 직무 관련자들의 가상화폐 투자를 제한하고 있으며, 보유 시 신고 의무를 지우고 있다.

금감원은 지난 22일 감찰실 명의로 '가상자산 거래 관련 유의사항 안내'를 전 임직원에게 발송했다.

앞서 정부의 가상화폐 대책에 관여했던 금감원 직원이 2017년 12월 대책 발표 이틀 전에 가상화폐를 매매해 50% 넘는 차익을 거뒀다.

금감원 관계자는 "한 번 크게 문제가 됐던 만큼 임직원들도 조심하고 있을 것"이라며 "금융당국 직원들로서 경각심을 가져달라는 차원에서 안내문이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