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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량용 반도체 수급난, 동남아 락다운에 공급 차질 장기화

글로벌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이 이어지고 있다.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 지역의 코로나19 델타 변이 확산으로 락다운(봉쇄)이 이어지며 반도체 수급에 차질이 빚고 있기 때문이다.

9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와 현대모비스는 이날부터 이틀간 아산공장의 생산라인 가동을 중단한다고 공시했다.

차량용 반도체 부족 문제로 현대차 아산공장이 생산을 중단하면서 현대모비스의 모듈 생산도 중단됐다.

연간 약 30만대의 완성차 생산 능력을 갖춘 아산공장은 현재 쏘나타와 그랜저를 생산하고 있다. 월평균 1만대 안팎으로 팔리던 그랜저는 반도체 공급 부족과 신차 설비 공사 등으로 지난달 판매량이 3천685대로 급감했다.

아산

앞서 기아도 지난 7일 하루 동안 미국 조지아 공장의 가동을 중단한 바 있다.

한국GM은 '수출 효자'인 트레일블레이저를 생산하는 부평1공장의 가동을 이달 들어 50%로 줄였다. 트랙스 등을 생산하는 부평2공장 역시 50%만 가동 중이다.

한국GM의 경우 이미 상반기에만 반도체 품귀 문제로 8만대 이상의 생산 차질을 빚은 데 이어 하반기에도 추가 차질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XM3의 유럽 수출 물량 확보에 사활을 건 르노삼성차 역시 반도체 수급난 장기화를 우려하고 있으며, 경영난을 겪는 쌍용차는 반도체 등의 부품 수급 제약으로 더 뉴 렉스턴 스포츠&칸 출고가 지연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당초 9∼10월이면 반도체 수급 상황이 개선될 줄 알았는데 8월부터 말레이시아 등 반도체 원재료를 공급하는 공장이 모여있는 동남아 지역에 델타 변이가 확산하면서 오히려 하반기에 더 치명타를 입을 것으로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달 12일까지 독일 뮌헨에서 열리는 'IAA 모빌리티 2021'에서도 이 같은 우려가 잇따르고 있다.

외신 등에 따르면 헤르베르트 디스 폭스바겐 최고경영자(CEO)는 "반도체 부족 탓에 중국 시장에서 폭스바겐의 점유율이 상당히 떨어졌다"며 "반도체 상황이 여름 휴가철 이후 나아질 것으로 기대했으나, 폭스바겐 하청업체가 많은 말레이시아에서 코로나19 재유행으로 다수 공장이 문을 닫은 탓에 여전히 차질을 빚고 있다"고 우려했다.

독일 다임러의 올라 켈레니우스 CEO도 반도체 수요·공급의 구조적 문제가 "내년까지 영향을 주고 그 다음해에야 완화될 수도 있다"라고 예상했다고 로이터통신 등이 보도했다.

군나르 헤르만 포드 유럽이사회 의장도 차량용 반도체 부족이 2024년까지 계속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최근 자동차 업계가 전동화 전환을 가속화하며 반도체 수요가 급증한 것도 원인으로 꼽았다.

헤르만 의장은 "반도체뿐만이 아니라 리튬, 플라스틱, 철강 등 원자재도 상대적으로 공급 위기"라며 원자재가 상승에 따라 자동차 가격이 올라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북미업체의 경우 연초 한파 피해 이후 공급망을 동남아로 다각화하면서 오히려 타격을 크게 받았다. GM은 이달 들어 2주간 15개 북미공장 중 8개 공장의 가동을 중단했고, 포드도 F-150 등 픽업트럭을 생산하는 캔자스시티공장을 2주간 가동 중단했다.

차량용 반도체뿐 아니라 와이어링 하네스 등 저부가 부품 소싱이 동남아에 집중된 도요타 등 일본 업체도 생산 차질을 빚고 있다.

도요타는 9월 글로벌 생산 목표를 애초 계획(90만대) 대비 40% 줄인 54만대로 축소 조정했다.

이처럼 반도체 수급난이 장기화하며 자동차 가격 인상 우려가 제기되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반도체 부족 문제가 오히려 전기차 수요 증가에 영향을 줄 것이라는 전망도 내놓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