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들이 아시아 신흥국가 중 우리나라 증시에서만 순매수세를 이어감에 따라 한국 증시에 `윔블던 효과'가 나타날 지가 관심이다.
윔블던 효과는 영국에서 개최되는 윔블던 테니스 대회에서 거의 매번 외국인 선수가 우승하는 것에 빗대 생긴 용어로 국내 시장을 외국계 자금이 대부분 점유하는 현상을 일컫는다. 영국이 1986년 금융빅뱅을 통해 외국자본을 무더기로 끌어들인 것이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5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외국인은 한국 증시에서 작년 12월 8천780억원, 올해 1월 7천700억원의 순매수를 기록했다. 주요 이머징마켓 가운데 유일하게 2개월 연속 순매수세를 나타냈다.
특히 외국인은 지난달 28일 순매수로 전환한 이후 이날까지 7거래일째 순매수세를 이어가면서 한국 주식을 1조3천억원 가량 사들이고 있다.
그러나 외국인들이 최근 한국 주식을 매집하고 있음에도 윔블던 효과가 나타났다고 단정하기엔 무리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전문가들은 2003년 6월부터 약 1년간 진행된 추세적인 외국인 순매수 랠리가 재개될 것으로 기대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며 외국인의 최근 매수세는 환차익과 시세차익을 겨냥한 중기적 배팅 성격을 지닌 것으로 평가했다.
KB투자증권은 5일 투자전략 보고서에서 "외국인 순매수가 1년 가까이 진행됐던 2003년 당시에는 달러 캐리 트레이드 자금의 덕을 봤는데 현재 외국인 매수세 유입은 북미계보다는 유럽계 자금이고, 외국인 순매수가 우리나라에만 국지적으로 집중되는 것을 볼 때 외국인 매수세는 작년 과도하게 진행됐던 한국주식 편입비 축소의 정상화 과정이다"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이어 만약 환차익과 시세차익을 고려한 중기적인 외국인 매수세가 유지되면서 점차 글로벌 달러 약세 현상이 추가된다면 달러 캐리 트레이드 시나리오로 확산되는 장기적인 유동성 랠리에도 무게가 실릴 수 있다며 이 경우 수급상 유리한 섹터로는 전기전자, 운수창고, 화학, 철강금속 등을 꼽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투자증권 이정민 연구원도 윔블던 효과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그는 "외국인이 한국에서 차별화된 매매 스탠스를 보이는 것은 원화의 평가절하, 대만과의 포트폴리오 비중 조절, 국내 글로벌 플레이어 들에 대한 기대감 때문이다. 리먼브라더스 파산 이후 작년 하반기 이머징마켓에서의 광범위한 자금이탈은 진정되고 있지만 매주 순유입과 순유출이 반복되고 있어 추세적 자금유입으로 보기는 어렵고 매도에서 중립 정도의 스탠스 변화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