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경제 위기로 이민자 수가 주춤하는 상황에서, 해외 이민 스타일에도 변화의 조짐이 보이고 있다. 과거 단순히 선진국에 몰리던 이민국가 선호 양상은 근래 들어 다양화 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에 앞으로 4회에 걸쳐 변화하는 이민 양상과 이민 급증으로 인한 부작용 등을 다뤄보고자 한다. 이 시간에는 변화하는 이민 선호국가의 양상에 대해 알아보기로 한다.
◆여전히 증가하는 해외이민
매 2년마다 외교통상부에서 발간되고 있는 <재외동포현황>(2007)에 따르면 집계 당시 재외동포총수는 7,044천여 명으로 2005년 대비 6% 정도 증가했다. 올 하반기에 <재외동포현황>(2009)이 발간되면 그 수치는 또다시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역별로는 중국 및 중동지역의 증가가 눈에 띄었고, 미국이나 일본의 몇몇 지역은 오히려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전통적인 이민 선호국의 동포수가 감소했다 뿐이지 전체적인 통계치는 여전히 높다. 단지 전통적인 이민 선호국가인 미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등 선진국 외에 동남아, 중동, 아프리카 등 ‘기타국가’의 약진이 두드러지기 시작했다는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과거부터 현재까지도 우리나라 이민자들의 선호 국가는 대부분 선진국에 머물러 있다. 그러나 선진국에 대한 무조건적인 선호에서 벗어나 이민 후를 고려해 정착하기 쉽도록 자신에게 맞는 이민 국가를 선정하기 시작하면서 이민 대상 국가는 정해진 틀을 벗어나 다양하게 변모하고 있다.
특히 동남아와 중동지역의 경우, 이민 계획자들에게 그동안 제대로 평가 받지 못했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주목을 받고 있으며, 실제 이민 선호에 있어서 ‘제3국’이었던 이들 나라로 이민을 떠나기 위해 이주공사를 찾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이주형태는 예전에는 사업이주나 연고이주가 주를 이루었으나, 현재 그 수는 점점 줄어들고 있는 추세이며 대신 취업 이주의 형태가 늘어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최대 이민 선호국 미국, 문호가 닫히다
미국 이민자의 수치가 낮아졌다고 하나, 여전히 해외 이민자 수는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하고 있다. 미국의 이런 결과는 정책적인 영향을 원인으로 들 수 있다. 현재 미국은 이민 허가의 적체 상태와 이민쿼터제의 시행으로 이민자의 유입이 어려워진 실정이라 이민자들은 미국에 ‘안’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못’들어가고 있는 상황이다. 재외동포현황에 따르면 2003년 215만 명이었던 미국의 재외동포수는 2005년 208만 명이었고, 2007년 들어 201만 명으로 줄어들며 전년 대비 3.36%의 감소율을 보였다.
◆그 밖의 이민 선호국의 현황
또 다른 이민 선호국인 캐나다의 경우는 미국과 달리 꾸준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2001년 14만 896명이었던 캐나다 재외동포수는 2007년 21만 6,628명으로 전년대비 53% 증가했다. 이런 결과는 미국으로의 이민이 어려워지면서 대체 국가로 캐나다가 떠오른 것이 주된 이유로 보인다.
캐나다뿐 만 아니라 호주, 뉴질랜드 역시 미국 대체 국가로서 인기를 얻고 있다. 영어권 국가이면서, 좋은 환경을 가지고 있다는 점, 특히 캐나다는 미국과 인접해 있다는 것이 이민자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호주의 경우, 2001년 4만 7227명에 불과하던 수가 2007년 10만 5558명으로 6년 사이에 123% 늘어났고, 뉴질랜드의 경우 2001년 1만 8338명이었던 수가 2007년 3만 2972명으로, 79%의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특성에 맞는 선택, 제3국가로의 반전
현재 재외동포의 수가 증가하고 있는 동남아, 중동, 아프리카 등 ‘기타국가’는 각 나라의 부족직업군 대상 해외인재 유치에 따른 영향과 함께 선호경향의 변화도 주된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동남아 국가 중 재외동포수의 증가율이 눈에 띄는 나라는 베트남, 말레이시아, 필리핀 순이었는데, 베트남은 2001년 6,226명에서 2007년 5만 3,800명으로 무려 764%의 엄청난 증가율 나타냈고, 말레이시아는 2001년 2,937명에서 2007년 1만 4,934명으로 408% 증가, 필리핀은 2001년 2만 4,618명에서 2007년 8만 6,800명으로 252% 증가했다.
동아시아 중에서는 몽골이 단연 눈에 띈다. 몽골은 2001년 487명에 불과하던 수치가 2007년 2,501명으로 늘어나며 413%의 증가율을 기록했다. 중남미 지역의 경우 브라질에 가장 많은 수의 해외동포가 살고 있으나 2001년 대비 2007년 인구증가율로 보았을 때 과테말라가 2001년 5,456명이었던 수가 2007년 9,944명으로 82%로 가장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이민 시장의 다각화
기존에 선진국에 국한되던 이민선호국이 이렇게 다양성을 띄게 된 원인은 여러 가지를 들 수 있다. 첫째로 들 수 있는 것은 국내 미취업 사태로 인한 해외 취업에 대한 관심이다. 특히 이들은 자신의 조건에 맞는 부족직업군이 포함되어 있는 나라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부족직업군이란 말의 의미 그대로 그 나라에서 부족한, 인력을 필요로 하는 직업을 일컫는데, 나라별로, 시기적으로 차이가 있다. 호주의 경우 컴퓨터 전문가, 검안사, 치기공사, 원예사 등이 있고, 캐나다는 재무담당 매니저, 회계사, 지질학자, 의사, 물리치료사 등이 부족직업군에 포함된다. 이들 직업은 영주권에 필요한 점수를 취득하는데 도움이 되고, 이민 생활에 있어 안정성도 높다. 그렇기 때문에 해외 취업자는 물론, 이민준비자들에게도 국가를 선택하는데 중요한 고려사항이 됐다.
반대로 많은 국가들이 자국(自國)에 필요한 해외 인재 유치에 적극적이 되면서 이 경로를 통해 제3국으로 이주한 재외동포수도 늘어났다. 또한 필리핀이나 말레이시아 경우, 은퇴 이민처로 주목받기 시작하면서 이민자의 수가 늘었고, 이밖에도 우리나라 기업이 동남아나 중동 지역으로 많이 진출하면서 이주한 직원들이 제3국의 재외동포수를 증가시키는 또 다른 원인으로 작용했다.
교육에 있어서도 유학처가 다양화됨에 따라 유학생들이 골고루 분포되었고, 또한 적은 비용으로 큰 효과를 얻을 수 있는 제3국으로 자녀를 유학 보내려는 부모가 자녀와 함께 이주하면서 제3국의 재외동포수가 증가했다.
물론 단순히 이러한 수치들로 해외 이민의 트렌드 자체가 변화됐다고 보기엔 어렵다. 그러나 해외 이민이 다양한 나라와 루트로 다각화되면서 이에 따른 2차적인 결과로 제3국의 재외동포수 증가가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이는 앞으로의 이민 흐름에 새로운 영향을 줄 것으로 생각된다. 다음 시간에는 다각화의 원인 중 부족직업군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알아보고자 한다.
㈜알그레이더스는 글로벌 라이프 매거진 ‘바이월드’와 호주, 뉴질랜드 국가브랜드 매거진인 ‘AUSSIE’와 ‘KIWI’, 그리고 부동산 교육 연구소 ‘LBA저널’ 등을 발간하고 있는 종합 매거진 기업이다. 매거진 ‘바이월드’는 신한은행 전국 지점을 비롯해 하나은행, 외환은행, 기업은행 등의 PB센터에 배포되고 있어 전국의 금융권 독자들을 확보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