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정부가 은행 국유화 논란이 커지는 가운데 씨티그룹의 우선주를 보통주로 전환해 최대 주주가 됨으로써 사실상 씨티그룹을 국유화 하게 됐다.
미 정부의 온갖 대책에도 불구하고 금융권의 부실은 계속 확산되는 등 금융위기가 진정되지 않는 가운데 이뤄진 씨티그룹에 대한 이 같은 결정은 향후 다른 부실 은행에도 적용돼 국유화가 확산될 가능성도 키우고 있다.
씨티그룹은 27일 정부 보유 우선주를 보통주로 전환키로 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정부 지분은 최대 36%에 달해 최대 주주가 되게 됐다.
이로써 정부는 씨티그룹을 완전하게 국유화하는 것은 아니지만 은행 운영에 광범위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됐고, 씨티그룹은 사실상 국유화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미 정부는 그동안 민간 소유 은행 시스템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강조하며 국유화에 선을 그어왔다.
은행을 국유화하게 되면 금융시스템의 효율성이 떨어지고 기존 주주의 주식은 휴지조각이 될 수 있다는 우려로 씨티그룹의 국유화 가능성이 불거진 이후 금융주들의 주가가 하락하는 국유화에 대한 시장의 우려가 컸기 때문이다.
그러나 씨티그룹의 쌓이는 부실과 주가 하락은 투자자들이 주의 깊게 지켜보는 보통주로 구성되는 유형 자기자본의 확충을 필요로 했고 결국 정부는 완전 국유화는 아니더라도 보통주 지분을 늘릴 수 밖에 없게 됐다.
씨티그룹은 이날 4분기에 100억달러의 자산상각을 기록해 연간 순손실이 277억달러로 늘어날 것이라고 밝혀 부실이 커지고 있음을 확인했다.
우선주의 보통주 전환은 정부나 민간 투자자들의 추가적인 투자를 필요로 하지는 않지만 유형 자기자본을 늘림으로써 자본구성을 보다 안정화하는 효과를 가져오게 됐다.
비크람 팬디트 씨티그룹 CEO는 우선주의 보통주 전환은 유형자기자본을 늘리는 한가지 목적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미 정부는 씨티그룹 이사회에 사외이사들을 영입시켜 이사진을 개편키로 하면서도 팬디트 CEO 등 경영진을 그대로 유지함으로써 경영에 직접 개입하는 듯한 인상은 피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씨티그룹이 이제 정부의 수중에 들어간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홀랜드앤드코의 창업자인 마이크 홀랜드는 이날 CNBC에 "이제 정부가 새로운 '보스'"라며 "모든 중요한 결정은 은행 본사가 아니라 워싱턴에서 나오게 될 것"이라며 씨티그룹이 이제 정부에 의해 운영되는 것이나 다름없음을 설명했다.
씨티그룹에 대한 이런 조치는 다른 은행들에도 적용될 가능성이 있다.
미 정부는 은행들이 더욱 어려워진 상황에서도 버틸 수 있는지를 평가하는 '스트레스 테스트'에 25일부터 들어갔고 그 결과에 따라 자금은 확충해야 할 필요성이 있는 것으로 판정되면 씨티그룹과 비슷한 길을 걷게 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뉴욕타임스(NYT)는 씨티그룹에 대한 조치가 다른 금융기관에도 모델이 될 수 있다면서 스트레스 테스트에서 자금이나 보통주가 충분치 않다고 판정될 경우 다른 주요 은행들도 씨티그룹과 비슷한 입장에 놓일 수 있다고 예상했다.
그렇지 않아도 금융권에 대한 미 정부의 역할은 금융위기 속에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이미 정부로부터 여러 차례에 걸쳐 1천500억달러의 자금 지원을 받고 통제 하에 놓여 있는 보험회사 AIG도 엄청난 분기 손실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정부로부터 추가 지원을 받는 문제를 논의하고 있다. 여기에는 AIG를 국유화하는 방안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미 정부는 모기지 부실로 위기에 빠진 국책 모기지업체 패니메이와 프레디맥도 경영권을 인수해 사실상 국유화 했다. 그러나 패니메이가 손실이 계속되면서 정부로부터 152억달러의 추가지원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밝히는 등 부실로 인해 정부의 도움을 요청하는 '손 벌리기'는 끝없이 이어지고 있다.
한편 지난해 4.4분기 미국 연방예금보험공사(FDIC)가 부실은행으로 분류한 은행이 전분기보다 81곳 늘어난 252곳에 달해 분기별 부실은행 수로는 1995년 6월 이래 최대치를 기록, 은행 부실이 심각한 상태임을 보여주고 있다.
FDIC는 가장 건전한 은행들에 대해서도 이익배당을 중단하거나 줄여 자본 보존에 나서라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