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 지금까지 미국 달러화는 유로화에 대해 9%나 절상됐다.
일본 엔화에 비해서는 7% 절상됐다. 영국 파운드화에 대해서도 가치가 소폭 오른 상태다.
한국 원화에 대해서는 말할 것도 없다.
미국의 지난해 4.4분기 경제성장률이 -6.2%를 기록하고 다우존스산업평균 지수는 11년여만에 7,000선 아래로 떨어지고 있지만 미 달러화는 여전히 강세다.
미국의 정책금리가 지난해 12월 이후 제로(0)수준으로 유지되고 있고 올해 회계연도의 재정적자가 무려 1조7천500억달러에 달해 GDP(국내총생산)의 12%에 달할 것이라는 소식에도 불구하고 달러화의 강세 기조는 흔들림이 없다.
금융교과서에 나오는 이론으로는 설명이 어려운 현상이다.
미국의 정책금리가 제로수준으로 떨어지면 달러화의 가치가 약세가 불가피하며, 게다가 재정적자가 천문학적인 규모로 늘어나면 달러화 가치는 앞으로도 계속 더 떨어져야 하는 것이 일반적인 현상이다.
연일 미국의 경기지표가 `최악'이라는 수식을 달고 발표되고 있고 주가가 계속 미끄러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달러화는 강세를 띠는 기이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죽을 쑤고 있는 미국 경제와 반대로 달러화의 강세가 계속되는 이유는 뭘까.
달러화 강세의 이유로는 전세계 금융시장이 초토화된 가운데 달러화가 유일한 안전자산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 일반적인 설명이다.
달러화 이외에 달리 투자할만한 곳이 마땅찮다는 `대안 부재론'이라는 것이다.
독일이 최근 실시한 국채 입찰에서 응찰률이 낮았던 반면 미국의 국채는 시장에 나오기가 무섭게 팔려나가고 있다.
이러한 `대안 부재론'에 한발 더 나아가 CNN방송은 미 달러화의 강세의 또 다른 이유로 미국이 글로벌 경기침체에서 가장 먼저 탈출할 것이라는 가정이 달러화 강세에 한몫하고 있다고 2일 분석했다.
외환선물중개회사인 GFT의 통화리서치 담당책임자인 케이시 리엔은 "미국은 경기부진에 대응해 매우 공격적인 통화정책으로 대응한 최초의 국가"라면서 "따라서 일본과 유럽이 경기침체에서 가장 나중에 빠져나올 것으로 보이지만 미국은 가장 먼저 탈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시카고 소재 BMO 캐피털 마케츠의 글로벌 외환시장전략가인 앤드루 부시는 "미국이 문제해결을 위해 여타 국가들보다 훨씬 더 적극적이라는 인식이 시장에 팽배하면서 달러화에 대한 투자를 유인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미국이 막대한 재정적자를 감수하면서 대규모 경기부양책을 펼치고 있는 점이 시장에 긍정적인 믿음을 줬다는 것이다.
글로벌 경기침체의 진원지가 바로 미국이고 미국의 침체로 인해 여타 국가들의 동반 침체를 불러왔음에도 불구하고 역설적으로 미국이 오히려 유럽이나 아시아보다 훨씬 상태가 나은 편이고 침체에서 극복하는 시기도 가장 빠를 것이라는 예상이 달러화 강세를 불러왔다는 것이다.
이러한 인식은 세계 경제의 기관차 역할을 해온 미국이 경기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다른 어느 국가도 침체에서 빠져나올 수 없다는 역설을 의미한다고 CNN은 분석했다.
그러나 중국이나 일본 등 미국 국채를 상당한 규모로 보유한 국가들이 미 국채를 매각하기 시작하면 미국 달러화 가치도 폭락할 수 있지만 현재 이러한 조짐은 보이지 않으며, 중국이나 일본이 그렇게 할 가능성도 희박하다는 것이 일반적인 관측이다.
중국이나 일본이 미국 국채를 시장에 던지는 순간 미국보다 먼저 중국.일본이 엄청난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CNN은 미국의 부채가 천문학적인 규모에 달하지만 글로벌 투자가들은 미국이 이를 충분히 갚아 나갈 것으로 믿고 있으며 이 때문에 달러화 강세 현상이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