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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연준 부양책으로 신용평가사 반사익

금융위기를 예측하지 못하고 최고 신용등급을 남발해 위기 초래에 한몫했다는 비난을 받는 신용평가업체들이 미국 정부의 경기부양책으로 거액의 '수입'을 챙기게 됐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양적완화 정책의 일환으로 매입을 시작한 채권의 발행을 위해서는 신용평가업체들의 평가후 등급을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0일 이들 채권을 발행하려면 무디스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피치 등 3대 신용평가업체 중 최소한 2곳의 평가가 필요할 것이라면서 '장밋빛' 채권평가로 비난을 받아온 신용평가업체들이 수 십억달러의 이익을 보게 됐다고 보도했다.

FRB는 지난 18일 연방 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열어 3천억달러 규모의 국채 매입방침과 함께 중소기업과 소비자 대출 지원을 위해 개설한 최대 1조 달러 규모의 기간물자산담보대출창구(TALF)의 지원대상을 자동차, 학자금, 신용카드, 기업설비 대출과 상업용 부동산 대출에 덧붙여 더 확대할 수도 있음을 시사하기도 했다.

신용평가업체들은 이른바 '구조화금융 증권(Structured-finance security)'의 신용등급을 평가하면서 1억달러당 4만∼12만달러의 수수료를 부과한다.

따라서 TALF의 초기 2천억달러 규모의 채권매입은 8천만∼2억4천만달러의 수입을 의미하며, 정부 계획이 1조달러로 확대될 경우 1개 신용평가업체에 4억∼12억달러의 수입을 안겨줄 것으로 추산된다.

신문은 이들 3대 업체가 모두 AAA 등급을 남발하는 과거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한 조치를 취했다고 밝히고 있지만, 이들의 채권평가 방식에는 근본적인 변화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질타했다.

또 자신들이 평가하는 채권을 발행한 업체로부터 수수료를 받아 주 수입원으로 삼기 때문에 엄격하게 평가하지 못하는 '이해 상충'의 구조도 여전하고, 3개사를 비롯한 신용평가업계의 경쟁을 촉진하는 방안도 아직 구체화되지 못하고 있다.

채권전략업체 템퍼스 어드바이저스의 에드 그리벡 최고경영자(CEO)는 "시장이 신용평가에 대한 신뢰를 잃고 위험이 상당히 저평가됐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 신용경색은 구조화 금융의 위기가 됐다"면서 "이런 모델중 일부가 실패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이에 의존하려고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