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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호순 장모집 거실서 사라진 물체의 정체 '미궁속으로'

연쇄살인범 강호순(38)의 아내와 장모 집에서 발생한 화재의 원인은 유류에 의한 것으로 전문가들의 의견이 모아지고 있지만 사건을 푸는 열쇠인 '거실 바닥의 미확인 물체'의 정체는 미궁으로 빠져들고 있다.

25일 수원지법 안산지원 401호 법정에서 제1형사부(재판장 이태수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6차 공판에서 검찰이 '유류를 담은 플라스틱 통'으로 추정하는 거실 바닥 미확인 물체의 정체에 대해 전문가들은 저마다 상반된 의견을 내놨다.

대검찰청 과학수사팀의 영상물감정 전문가 김모씨는 2005년 10월30일 당시의 화재를 촬영한 방송 영상 분석을 통해 "거실 중앙에 놓여있던 물체는 베개 등의 천 종류일 가능성이 낮다"며 "어떤 단단한 물체가 화재로 변형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김씨는 다만 "영상만으로는 높이 등을 측정하기 어렵다"며 "기준 물체가 있다면 크기를 추정할 수는 있다"고 했다.

당시 국립과학수사연구소 화재감식요원으로 참여했던 박모씨는 "사진상 물체가 놓여있던 바닥의 흔적으로 봤을 때 기름을 담는 플라스틱 통으로 여겨진다"며 "인화성 액체가 들어있으면 액체가 타면서 용기가 쭈그러들어 결국엔 바닥에 눌어 붙게 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박씨는 "화재를 감식할 당시에는 인화성 액체에 의한 화재로 단정할 증거는 없었고 바닥 흔적으로 볼 때 약간의 의심만 있었다"고 덧붙였다.

민간보험회사의 베테랑 화재감식 전문가의 말은 달랐다.

삼성화재 화재감식 조사관 김모씨는 "바닥에 남은 뚜렷한 모양으로 볼 때 일반적인 플라스틱으로 보기엔 어렵다"며 검찰과 앞선 전문가들의 주장을 뒤집었다.

김씨는 "플라스틱 통이 있었다면 바닥의 연소상태로 봤을 때 뚜렷한 흔적을 남기기 어렵다"며 "오히려 천 소재나 불붙은 장판에 산소공급을 차단할 수 있는 물체가 놓여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플라스틱으로 된 빈 통이거나 유류가 들어있었다면 일부라도 함께 타들어가면서 바닥에 윤곽이 뚜렷한 흔적을 남기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그는 또 "바닥에 나타난 흔적은 알콜이나 휘발유처럼 점성이 낮은 인화성 액체를 뿌렸을 때 나타나는 일반적인 것과는 다르다"며 "(중유와 알콜처럼) 점성이 다른 두 가지 유류를 섞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도 했다.

앞서 검찰은 강호순이 보험금을 노려 장모집 거실에 유류를 뿌려 방화한 뒤 유류를 담은 플라스틱 통 등 현장의 증거물을 훼손했다며 그를 존속살해 및 현주건조물 방화치사 등의 혐의로 기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