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주택시장의 침체가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미국의 한 지방은행이 압류로 취득한 신축 주택이 팔리지 않자 아예 철거해버리는 사태가 발생했다.
스트리트저널(WSJ)은 5일 캘리포니아 로스앤젤레스에서 85마일 떨어진 빅터빌에서 새집과 신축 중인 주택 등 16채가 불도저 등으로 철거됐다고 보도했다.
이들 주택은 텍사스주 오스틴의 개런티은행이 압류를 통해 취득한 것이나, 거래가 얼어붙은 주택시장에서 팔리지도 않는 데다 자금을 더 들여 신축 공사를 완료하는 것보다 아예 없애는 게 낫겠다는 판단에 따라 강제 철거당하는 운명을 맞았다.
이들 주택의 철거비용은 10만달러를 넘을 것으로 추산됐다.
더구나 장기간 빈집으로 방치되면서 쓰레기와 낙서, 무주택자들의 무단 점유 등 때문에 시 당국이 부과하는 벌금도 물어야 하는 상황이었다.
이들 주택은 캘리포니아의 건축업체인 매튜 홈스가 지은 지 2년도 안 된 것으로, 개런티은행은 작년 12월에 압류를 통해 이들 주택의 소유권을 갖게 됐다.
빅터빌이 있는 샌 버나디노 카운티의 집값은 2006년 정점 대비 60%가 떨어졌고 빅터빌내 신축주택 가격의 중간값은 약 26만6천달러로 추산됐다.
개런티은행의 모회사인 개런티 파이낸셜그룹의 존 웨스먼 대변인은 철거 대상 주택 16채 중 4채만 완공된 것이며 나머지는 공사가 절반도 진행되지 않은 것이라고 전했다.
빅터빌 시의 법집행 담당관인 조지 듀란은 "불행한 일"이라면서 "우리는 이들 주택의 건축공사가 완료되기를 희망했다. 하지만, 어떻게 하는 게 최선인지는 소유주가 결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 주택이 철거되는 장면은 '비전 빅토리 매니페스토'라는 웹사이트의 운영자가 유튜브에 올려 주목을 받기도 했다.
신문은 요즘엔 불황의 타격이 큰 도심지의 빈 주택을 철거하는 것이 흔한 일이지만, 빅터빌의 이번 철거는 한때 잘나가던 주택시장이 어떻게 금융권에 부담을 주는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