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8월 이명박 대통령이 광복절 경축사에서 ‘저탄소 녹색성장’을 국정이념으로 내세운 뒤 녹색성장주는 폭발적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정부는 1월 녹색뉴딜계획을 발표하고 절대적인 지원과 예산편성을 진행했는데 경제위기속에 정부가 투자하는 부문들은 테마열풍이 불고 있다.
대부분 전문가들은 녹색성장은 '미래를 준비하는 길로 선택이 아닌 생존의 문제'라는 입장이지만, 일각에서는 현재 증시를 '폭탄돌리기'에 비유하기도 했다.
◆ 흑자기업들이 추가사업 벌여…'IT버블과 차별'
최근 녹색산업을 놓고 ‘버블’논란이 일고 있는데 버블론자들은 99년 IT버블을 예로 들며 10년 만에 다시 과잉투자가 진행중이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오성진 현대증권 WM컨설팅 센터장은 "IT버블은 신규진출사업에 대해 기대감만 가지고 주가가 뛰었는데, 지금은 기존의 흑자기업들이 추가사업을 벌이고 있어 버블은 아니다"고 진단했다.
원자력은 화력사업자가 신규로 사업에 진출했고, 2차전지/하이브리드도 핸드폰 배터리에서 영역을 넓히고 있다. LED 역시 디스플레이 사업자가 넘어오고 있다.
오 센터장은 "이들 업체는 이미 흑자를 보고 있는 상태에서 새롭게 사업에 진출하고 있어 부담이 없는데 이런 점에서 IT버블과 차별성을 띄고 있다"고 평가했다.
녹색성장주에 관심을 둘 때는 실질적인 매출이 큰지, 지속 가능성은 얼마나 긴지 살펴봐야 한다.
오 센터장은 “녹색산업은 긴시간 동안 지속될 산업인데 최근 횡보장세는 한단계 레벨업 뒤 숨고르기를 하고 있는 국면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홍성국 대우증권 상무는 "녹색성장은 미래산업이고, 선택이 아닌 생존의 문제"라며 "일부에서 녹색성장 기업에 대해 버블우려를 제기하는데 대해 아쉬울 뿐이다"고 전했다.
◆ 무늬만 녹색? '옥석가리기' 과정 거쳐야
전문가들은 녹색성장주에 관심을 둘 경우 옥석을 가리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조언했다.
금융에도 녹색, IT에도 녹색이라는 이름이 붙으며 '그린(green)'이 너무 남용되는 있는 게 현실이다.
껍질만 녹색인 기업은 조심하고, 앞으로 실제 수혜를 볼 수 있는 기업을 찾아서 투자하는 게 현명하다.
녹색성장주는 먼저 고유가시대와 지구온난화 시대에 대비를 하고 있어야 한다.
진정한 녹색기업이라면 ‘석탄·석유·가스 등 화석 에너지 사용의 직접 감소’, ‘CO2 감소가능’, ‘지속성 보유’라는 세 가지 요건을 갖춰야 한다.
우량 녹색성장주 판별법으로는 실적 중에서 녹색산업의 비중이 얼마나 되는지, 수익은 어느 정도 규모인가, 보유하고 있는 기술들은 얼마나 경쟁력이 있는가를 따져보고 글로벌 경쟁력이 있어 해외수출을 진행 여부를 점검해야 한다.
이게 쉽지 않으면 외국인과 기관이 펀드에 편입시킨 기업들을 참고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정근해 대우증권 연구원은 “정부의 정책방향이 향후 성장성 있는 녹색산업에 편중되면서 녹색산업의 확대와 부흥을 일으키고 있다”며 긍정적인 면을 조명했다.
하지만 “너도나도 녹색칠을 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겉만 녹색이고 속은 녹색이 아닌 기업들도 주가부양을 위한 방편으로 녹색산업을 거론하고 있다”고 전했다.
정 연구원은 “아무리 성장하는 기업이라 하더라도 실적이 뒷받침되지 않을 경우는 조심해야 하고 우량기업이 될 수 있는 기업들에 대한 분석과 투자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조언했다.
IT버블시에도 많은 기업이 있었지만, 대부분 다 사라지고 다음과 NHN이라는 절대강자가 나온 것처럼, 이번에도 성장기 이후에 진정한 우량기업이 탄생 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결국에는 투자자들의 견해가 중요한데 주식시장은 업앤 다운이 있기 때문에, 너무 과도한 추격매매와 성급한 테마주 편승은 자제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 내 주식이 과열? 어떻게 진단할까?
‘내 주식이 과열된 것은 아닐까?’ 이런 우려가 된다면 먼저 PER을 점검해보면 된다.
PER는 주식 1주의 가격과 1주당 이익을 비교하는 데 사용하는 측도로, 일반적으로 10배 이하가 건강하다고 평가한다. PER 10배는 현재의 기업이익을 10년 동안 연속할 경우 현재 주가 수준에 도달한다는 뜻이다.
PER로 과열을 진단할 수 없다면 이격도를 검사해 볼 수 있다.
이격도는 그날의 주가나 지수를 이동 평균치로 나눈 비율로 단기적인 투자 시점을 잡기 위한 지표로 이동 평균선의 결점을 보완한다.
이격도가 이동평균선에서 멀어지면 그만큼 과열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뜻이다. 이격도는 20일 이동평균선과의 간격을 나타내는 단기 이격도와 60일 이동평균선과 측정하는 장기 이격도로 나뉜다.
'돈의 힘'인 유동성에 의한 수급도 향후 등락에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주식시장을 이끄는 개인과, 뒤따르는 기관과 외국인의 움직임이 향방을 결정할 것이라는 것이다.
녹색성장주는 현재 꿈을 먹고 한껏 자라나 있다. 하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기대를 타고 상승한 것이지 구체적 숫자로 증명된 것은 아니다. 상승세는 언제까지 이어질지는 모르지만 실체 없는 상승세가 계속될 수는 없다.
◆ 하반기 녹색바람을 주도 할 업종은?
녹색산업은 적어도 이명박 정부기간인 2012년까지 성장세를 보일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녹색산업은 미국을 필두로 글로벌화 된 나라가 대부분 추진하고 있고 다음정권에 들어서도 연속성을 가지고 추진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녹색 관련산업은 10가지 정도로 나눌 수 있는데 상반기에 대부분의 업종이 크게 상승했다. 전통적으로 태양광, 풍력, 원자력, LED 등은 급등했고 IT에서도 많은 정보가 공유되고 있다.
오성진 현대증권 WM컨설팅 센터장은 "원자력, 2차전지/하이브리드, LED 이 세가지 산업에 주목해야 한다"고 귀띔했다.
원자력은 지난 30여 년간 안전성과 환경 문제 때문에 대부분의 나라에서 외면당했는데 최근 녹색성장 바람이 불며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따르면 원자력은 태양광 발전이나 풍력에너지에 비해서도 온실가스 배출량이 현격히 줄어드는데, 이들 산업에 비해 50~90% 가량을 저감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두산중공업 등은 많은 건설과 운용 경험을 토대로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기존 LCD전자제품은 광원인 BLU(백라이트 유닛)의 소재로 CCFL(냉음극형광램프)를 사용했는데, LED는 이보다 전기 소모량이 적고 수은 등 형광물질을 쓰지도 않는데다 수명도 길어 디스플레이 산업에 일대 혁명을 일으키고 있다.
정근해 연구원은 “하반기에는 2차전지/하이브리드와 아직 부각되지 않은 지열, 폐기물 에너지가 상승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2차전지·하이브리드는 역시 고유가 시대를 맞아 연비를 개선해 차세대 자동차산업의 핵심분야로 주목받고 있다. 2차전지/하이브리드는 지구온난화의 주범인 이산화탄소(CO2) 배출에서도 자유로운데 환경규제가 강화될수록 수요도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음달에 현대자동차는 아반떼 LPG 하이브리드 차량을 시판하고, 기아자동차도 오는 8월에는 포르테 LPG 하이브리드 차량을 내놓을 방침이다.
최근 전세계적으로 자동차 구조조정이 진행되고 있는데, 구조조정 후에는 그린카 쪽으로 치열한 생존경쟁이 벌어질 전망이다. 미국과 중국, 한국 역시 연비에 대한 제약을 법제화하면서 하이브리드카는 필수 불가결한 선택이 되고 있다.
지열 또한 관심이 높아질 전망인데 효율화 된 지열 에너지 이용을 위해 정부정책이 크고 적극적으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과거에는 건축물과 음식쓰레기를 생활폐기물로 보았는데, 기술이 발달하고 법적으로 해양투기를 금지하면서 폐기물을 에너지화하지 않으면 안 되는 시점이 다가오고 있다.
정 연구원은 "구속력이 크지는 않지만 2012년 2013년 해양 투기 금지가 강화될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이렇게 될 경우 바다에 투기했던 폐기물을 다른 곳에서 소화해야 하는데 사회적 문제가 발생할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정 연구원은 "이에 대비해 최근 지자체 중심으로 쓰레기를 자원화하려는 노력들을 강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