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부터 5월까지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생산자물가 상승률의 9배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17일 한국은행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5월 생산자물가지수는 작년말에 비해 0.2% 상승했지만, 소비자물가지수는 1.8% 상승했다.
소비자물가의 상승률이 생산자물가 상승률 보다 1.6%포인트 높은 것을, 5개월간 상승률 기준으로 2001년 5월의 2.6%포인트 이후 8년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특히 농산물 부문에서 소비자물가와 생산자물가 상승률의 격차가 두드러졌다. 5월 농산물의 소비자물가는 작년말에 비해 7.7% 급등하면서 생산자물가 상승률 4.6%보다 3.1%포인트 높았다.
농산물에 비해 덜하기는 해도 가공식품이나 공산품 등에서도 생산자물가와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차이를 보였다.
선풍기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9.9%로 소비자물가 상승률보다 10.2%포인트 높았고, 전기밥솥과 전자레인지는 각각 9.6%포인트와 7.9%포인트 차이가 났다.
◇ 생산자물가-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차이를 보이는 원인
생산자물가는 제조업체나 농민들이 생산한 공산품, 농수산물 등을 유통업체에 넘길 때 받는 가격이며 소비자물가는 소비자들이 최종적으로 상품을 구입할 때 지불하는 값이다.
원자재 가격상승을 이미 반영한 생산자물가 상승률보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높은 것은 소비자의 수요가 공급보다 많을 때 나타날 수 있는 현상이다.
또 상품의 원가격이 많이 떨어졌음에도 유통과정에서 도소매 상인들이 소비자가격을 그대로 유지해 소비자물가 상승률과 생산자물가 상승률의 차이가 날 수도 있다. 이럴 경우 상인들은 이익을 많이 챙기게 되지만, 생산자와 소비자들은 상대적으로 손해를 보게 된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현상에 대해 ▲소비자물가 상승이 생산자물가 상승을 뒤늦게 반영하는 측면과 ▲생산-소비자물가 통계작성 기관과 기준의 차이 때문에 발생할 수도 있다고 지적한다.
지난해 생산자 물가가 급등했을 당시에는 유통업체들이 매상이 줄어들 것을 연려해 소비자물가를 올리지 못했다. 소비자 물가 상승이 생산자물가 상승을 곧바로 반영하지 못했던 것이다.
또 현재 생산자물가는 한국은행이, 소비자물가는 통계청이 각각 작성하고 있기에 같은 품목을 대상으로 조사하더라도 차이가 날 수 밖에 없다.
소비자물가 상승이 생산자물가 상승을 압도하는 현상은 단순히 중간상인들이 지나치게 많은 이익을 본다고 단정하기 어렵지만 소비자와 생산자들에게 불이익을 주는 것은 사실이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생산자물가 상승률을 과도하게 웃돌면 소비자의 구매력을 떨어뜨려 경기회복의 속도를 늦출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