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시전쟁이라는 경쟁 속에서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선택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여기에 그 두려움과 당당히 맞선 이가 있다.
사람들은 인생이 팍팍해 질 때면 “즐길 수 있는 직업을 갖고 싶다”라는 말을 연거푸 내뱉고는 한다. 세상 사람들은 이 말에 열광하면서도 일반적으로 ‘그건 불가능한 삶이 아닐까?’라고 생각한다. 그래서인지 진정한 삶의 행복을 일깨워 준, 제목만큼 아름다운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가 즐거운 인생을 동경하는 사람들의 마음속에 자리하고 있는 듯싶다.
하지만 최근 만난 신예 지창욱은 “즐기면서 돈 벌 수 있는 직업을 갖고 싶었다”라고 당당하게 고백한다. 그는 현재 인기리에 방송 중인 KBS 2TV 주말연속극 ‘솔약국집 아들들’에서 막내아들 ‘송미풍’ 역으로 출연하며 시청자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하고 있다.
그의 인생 행로는 고등학교 3학년 시절, 180도 달라졌다. 지창욱은 “저거(배우)하면 재미있겠다”라는 생각이 문득 들어 단박에 ‘휙’ 단국대 연극영화과로 진로를 바꿨다.
이 순간의 결정이 지창욱이라는 사람의 수식어를 ‘배우’로 만들었던 것. 그 도전정신이 어디서부터 샘솟았던 것일까.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놓은 일생일대 사건의 ‘계기’에 대해 그에게 물어봤다. 그러나 대답은 예상외로 평범했다.
“고3 학생들이 딱히 하고 싶은 것 없이 자신의 수능점수에 맞는 대학을 가잖아요. 전 그런 일상적인 일이 너무 재미가 없었어요”
그전까지 지창욱은 중·고등학생 시절을 남학교에서 보내며 외모는 물론, 이성에게 전혀 관심조차 없고, 운동하기를 좋아해 매일 같이 뛰어나가 논 덕분에 구릿빛 피부를 자랑하는 평범한 학생이었다.
지창욱은 “원래부터 연기자가 될 만한 끼가 있었다거나 특별한 재능이 있었던 것도 아니었어요”라며 딱히 별 것(?)이 없었던 학창시절을 회상했다. 그러나 그는 겁도 없이 걸음마를 시작하는 아이처럼 그렇게 연예계를 향해 첫 발을 뗐다.
그만의 ‘과감함’이 다른 사람들과 달랐던, 생각 없이 행동하는 것이 아닌 생각을 행동으로 옮길 줄 아는 실천동력인 셈이다.
“처음엔 어떤 생각으로 시작 했냐면, 몇 년 동안 준비해온 학생이 있고, 나같이 뒤늦게 연기생활을 시작한 학생이 있지만 ‘다 동등한 입장이다’라고 쉽게 생각을 했어요. 다 똑같은 고등학생인데 몇 년 더 빨리 연습생 생활을 했다고 해서 ‘얼마나 차이가 나겠는가’라는 생각으로 용기 내 도전 했어요”
그는 남들보다 다소 늦은 감이 있다는 말에도 절대 기죽지 않으며 긍정적인 마인드를 내비쳤다. 그렇게 뭣(?)도 모르고 시작한 덕에 지창욱은 지금의 ‘인기 드라마’의 한 자리를 차지할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 싶다.
지창욱의 이런 긍정적인 사고방식은 연예인이라면 누구에게나 꼬리표처럼 따라다니는 ‘악성댓글을 받아들이는 자세’에서도 드러났다.
극 중 막내 ‘송미풍’ 역으로 누나 팬들은 물론이고 소녀팬들에게도 ‘귀엽다’라는 찬사를 받고 있는 지창욱에게 악성댓글을 받아본 경험이 있느냐는 질문을 던졌다.
“미풍이를 보시곤 ‘참 답답하다’, ‘답답해서 짜증난다’라는 말을 하세요. 내가 봐도 가끔 답답할 때가 있죠. 또 친구의 여자친구(최수희)와 러브라인이 보이려는 조짐에 ‘막장이 아니냐’라는 우려를 하는 분들도 있고요. ‘그럴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이 들기도 해요. 하지만 (시청자들의 쓴소리에)별 생각을 안 했던 것 같아요. ‘아 이렇게 봐주시는 분들도 있구나’라는 식으로 생각하지 애민하게 반응하지 않아요”
“시청자들의 의견을 무시하는 것은 아니지만, 전 모든 사람들의 기호에 맞춰 제가 처음에 생각한 캐릭터를 좌지우지되고 싶지는 않아요. 배우가 처음에 생각했던 대로 중심을 두고 가는 게 맞는 것 같아요. 또 그런 악플에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고요. 배역에 대해선 그 고유의 잡았던 캐릭터를 고집하죠. 만약, ‘지창욱 쟤는 왜 저래?’라는 말을 듣게 되면 속이 좀 상하겠죠?”(웃음)
또 지창욱은 ‘송미풍’으로 점점 얼굴이 알려지며 어깨에 힘이 들어갈 만도한데 여전히 새내기 같은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바빠서 휴학은 했어도 여전히 학교에 찾아가요. (연극영화과)연습실에 앉아있는 것도 마냥 좋고, 친구들과 수다 떠는 것도 즐겁죠. 친구들과 술 한잔하면서 학교 소식 듣는 재미가 쏠쏠해요”
그렇게 무작정 지창욱은 고3 학창시절부터 배우의 꿈을 꾸고 3여 년간 달려왔다. 그리고 그는 이제야 “(배우로 성공할 수 있다는) 자신이 있어서라기보다는 연기가 너무 좋아요”라고 말하며, 그 진심 어린 한마디로 연기자로서 분위기를 풍겼다.
자신도 모르는 잠재된 끼와 연기력을 가지고 연기자의 영역을 조금씩 넓혀 가는 지창욱은 마지막으로 ‘신인다운’ 한마디를 덧붙였다.
“아직 젊으니까 내가 할 수 있는 (연기의)폭을 넓혀 갔음 해요. 내가 가진 내면이 깊어지고 넓어지는 배우가 되려면 다양한 경험으로 실력을 쌓아가는 것이 중요하겠죠. 부수적인 것들을 생각하기보단 연기만 하고 싶어요. 굳이 보여주려고 애쓰지 않아도 연기를 통해 점점 자연스럽게 녹아드는 연기로 대중들과 교감할 수 있게요” (사진=민보경 기자 장소=보나베띠 포스코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