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회복 전망이 조금씩 나오고 있지만 고용상황은 아직 침체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올 하반기 신규채용이 최악의 상황을 맞게 될 것이라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1일 인크루트에 따르면 지난달 13일부터 21일까지 548개 상장사 대상으로 실시한 ‘2009 하반기 채용계획 조사’를 실시한 결과, 올 하반기 채용에 나서는 기업은 194개사로 전체의 35.4%에 그쳤다. 조사 대상 기업의 3분의 1 가량만이 채용에 나선다는 것.
인크루트 관계자는 “이는 상장사를 대상으로 하반기 채용전망 조사를 실시한 2003년 이래 가장 낮은 비율”이라며 “작년 하반기와 비교해도 10.2% 포인트나 감소한 수치다”고 밝혔다.
반대로 하반기에 채용을 실시하지 않는 기업은 274개사로 50.0%를 차지했고, 채용계획을 아직 잡지 못한 기업도 80개사로 14.6%나 됐다.
기업규모별로 살펴보면 대기업의 경우 채용에 나서는 비율은 60.2%였다. 채용하지 않겠다는 기업은 23.9%, 미정인 기업은 15.9%로, 전체적으로 저조하긴 하나 절반 이상이 채용을 실시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중견기업은 29.5%로 대기업의 절반 수준에도 미치지 못한 반면, 채용하지 않는다는 기업은 50.8%로 대기업의 두 배를 넘어섰다.
채용을 실시하는 중소기업은 28.5%로 중견기업과 큰 차이가 없었고, 채용을 하지 않는다는 기업은 61.6%로 절반을 넘어섰다. 미정인 곳은 9.9%였다.
결국 중견·중소기업의 채용 실시 비율이 대기업의 절반 정도에 그치면서 기업규모간 극심한 양극화 현상이 여전한 것으로 분석됐다.
채용하는 비율뿐만 아니라 채용 규모도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전체 채용 규모는 채용을 확정한 468개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채용총 1만1천36명으로 작년 동기에 뽑았던 1만2천728명과 비교해 13.3%가 줄어든 규모다. 불황이 본격화되면서 채용사정이 좋지 못했던 지난해 하반기와 비교해서도 약 1천 7백여 명의 신규 일자리가 사라진 것.
대기업의 채용 규모는 총 8천920명으로 작년 동기 대비 4.8% 감소에 그쳤다. 중견기업은 1천393명을 채용해 2천 120명을 뽑았던 지난해 하반기보다 34.3%가 줄어들 것으로 조사됐다. 중소기업은 723명에 그쳐 지난해 1천 236명을 채용했던 지난해에 비교해 41.5%라는 큰 감소폭을 나타냈다.
업종별로는 전체 12개 업종 중 무려 11개 업종이 전년대비 채용규모가 줄어들 것으로 나타났고, 유일하게 금융 부문만 7.8%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식음료(-1.1%), 전기전자(-5.1%), 물류운수(-5.5%), 기타제조(-7.5%), 유통무역(-10.7%) 등은 감소폭이 10% 내에 그쳤다.
그러나 석유화학(-36.4%), 자동차(-28.5%), 기계철강조선(-27.5%), 건설(-25.2%), 정보통신(-22.5%) 등은 감소폭이 컸다.
특히 채용규모가 가장 크게 줄어든 업종은 제약(-53.3%) 부문으로, 올 하반기의 채용인원이 지난해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유일한 업종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상황에서 인턴 채용은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설문에 응한 564개사 중 113개사(20%)가 인턴을 채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하반기 16.1%의 기업이 인턴채용에 나선 것에 비해 3.9% 포인트 상승했다. 채용하지 않겠다는 기업은 74.3%, 아직 계획을 잡지 못한 곳은 5.7%였다.
업종별로도 대부분의 업종이 전년대비 인턴채용을 늘렸다. 그 중 증가율이 가장 높은 업종은 기계철강조선이 533% 포인트 증가로 지난 하반기보다 여섯 배가 많은 인턴 채용이 예정됐다. 제약도 251.1% 증가해 정규직 채용을 크게 줄였지만, 대신 인턴 채용이 활발하게 이뤄질 전망이다.
또한 올 상반기 많은 수의 인턴을 채용했던 금융이 238.6% 포인트 증가로 하반기에도 그 분위기를 계속 이어나갈 것으로 보인다. 정보통신도 223.6% 증가해, 역시 인턴 채용규모가 크게 늘었다.
인크루트 이광석 대표는 “대기업의 대규모 채용도 중요하지만, 전체 채용의 90% 가까이를 차지하는 중소기업의 채용이 살아나야 전체 고용상황의 개선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이 대표는 “최근 조금씩 경기개선 움직임이 나타나고, 기업과 구직자들도 내년 상반기 이후에는 채용시장이 해빙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는 만큼 올 하반기가 ‘바닥’을 치는 시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며 기대도 내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