섹션

좁은 취업문, 그래도 열쇠는 있다

지난해부터 시작된 불황의 그림자가 조금씩 걷히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고 있는 상황에서도 여전히 고용사정은 먹구름이 드리운 모습이다. 게다가 괜찮은 일자리로 진입하는 취업문은 7년來 가장 좁은 문이 될 전망이다.

3일 인크루트의 조사에 따르면 괜찮은 일자리가 밀집한 상장사에서조차 채용에 나서는 비율이 전체의 3분의 1 수준에 머물 것으로 나타났다. 채용을 하는 곳 역시 지난해보다 13.3% 줄어든 인원을 채용할 것으로 나타났다. 뽑는 곳 자체가 적고, 채용인원도 줄어든다는 얘기다. 하지만 바늘구멍 취업문이 어제 오늘 일도 아니며 낙담하고 있을 수 만은 없다.

인크루트 이광석 대표는 “취업난이 계속돼도 기업이 뽑고자 하는 인재상에 맞는 인재는 선택 받기 마련”이라며 “준비된 인재가 되는 첫번째 지름길은 역시 정보를 선점하고 중장기적인 안목으로 맞춤준비를 해 나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근의 기업채용 흐름을 감안, 하반기 구직자들이 꼭 알아둬야 할 포인트들을 정리해 소개한다.

◆ 인턴십 통한 우회전략 고려해볼 만

올해 채용시장의 가장 큰 특징은 역시 인턴십 채용의 증가를 빼 놓을 수 없다. 채용의 한 방식으로 인턴을 활용하려는 기업들의 움직임에 정부의 잡셰어링 정책이 더해져 정규직 채용이 악화일로를 걷는 것과는 반대로 인턴 채용만큼은 활발히 진행되는 분위기다.

실제 인크루트 조사에 따르면 올 하반기 인턴 채용은 전년대비 85.9% 증가할 것으로 나타난 바 있다. 때문에 올 하반기엔 차선책으로 인턴십에 도전하는 것도 나쁘지 않은 전략인 것으로 보인다. 물론 인턴십이 해당기업 정규직 취업으로 직접 연계되지 않는 것 때문에 논란이 되어 온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기업들도 점차 인턴을 정규직 채용으로 이어지게 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리고 직무만 일치한다면 반드시 인턴십을 했던 기업은 아니더라도 충분히 경력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는 점도 인턴십을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업종별로는 단연 금융권 인턴십이 돋보인다. 상반기에도 많은 인원의 인턴을 채용했던 금융이 하반기에도 가장 많은 규모의 채용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인크루트의 하반기 채용계획 조사에서도 전 업종에서 유일하게 금융권이 1천명 넘는 규모의 인턴 채용을 할 것으로 나타났다.

◆ 금융, 식음료 업종 주목하라

경제상황에 따라 원하는 기업의 채용이 늘 수도, 줄 수도 있다. 업종별 등락을 무시할 수 없는 이유다. 올 하반기의 경우 인턴채용과 마찬가지로 금융업종이 유일하게 전년대비 늘어난 인원을 뽑을 듯 하다. 다른 모든 업종이 전년대비 감소하는 가운데 단연 군계일학이다. 채용에 나서는 비율도 73.3%로 전 업종 중 제일 높다. 따라서 금융 업종 취업을 노리고 있었고, 당장 취업을 눈 앞에 두고 있는 구직자라면 올 하반기를 놓치지 말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식음료 업종 역시 선전할 것으로 예상되는 업종이다. 전년대비 감소할 것으로 나타나긴 했지만 그나마 낙폭이 가장 적은 것. 지난해 하반기보다 1.1% 가량 감소하는 수치인데, 거의 비슷한 규모의 채용이 일어난다는 뜻이다. 채용에 나서는 비율도 50.0%로 절반에 이르고 있다.

전기전자도 눈 여겨 봐야 할 업종이다. 업종을 대표하는 대기업들이 좋은 실적을 보이고 있는데다, 업종 전체적인 채용규모의 감소폭도 크지 않다. 지난해 대비 5.1% 정도 줄어들 것으로 조사되긴 했지만 워낙 절대적인 채용규모가 큰 업종이기 때문이다. 금융, 식음료, 전기전자 업종을 목표기업으로 정했던 구직자들은 올 하반기를 기회의 시기로 만들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 충성도, 애사심 강조하라

불황기를 거치면서 기업은 다른 때보다 ‘충성도’나 ‘애사심’ 등 기본 덕목을 더욱 주목하고 있다. 어려울 때일수록 정서적인 결속력을 중요히 여기고 ‘내 식구’라고 판단되면 더 단단히 챙기고자 하기 마련이다. 뿐만 아니라 경기침체기에는 채용에도 소극적일 수 밖에 없는데, 이는 결국 한명 한명의 직원이 해야 할 몫이나 영향력이 더 중요해진다는 뜻이다. 때문에 채용 시에는 어렵게 뽑아놓은 인재가 금방 나가버리거나 오래 일하지 못하게 되지 않을지를 제일 유심히 살펴보게 된다. 어려운 시기일수록 회사에 대한 관심이나 열정이 더욱 중요하게 평가 받는 요소가 되는 것이다.

기업에 대한 정보를 얼마나 정확히 많이 아는지, 자신이 어느 정도로 해당 기업에서 일하고 싶은지에 대한 내용이 입사지원서에서부터 면접에 이르기까지 끊임없이 녹아나야 한다. 충성도나 애사심은 추상적인 말로 남발하기 보다는 과거 회사에 대한 관심을 구체적인 사례를 통해 설명하거나 향후 회사에서 본인이 달성해 나갈 구체적인 비전을 제시하며 얘기하는 것이 좋다. 신입사원 채용은 결국 실력이 완성된 사람을 선발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실력은 비슷비슷하다고 평가 받는다. 때문에 기업에서 얼마나 오래, 열정적으로 일할 것인지가 당락을 판가름하는 큰 기준이 된다. 특히 지금처럼 경제상황이 좋지 못할 때는 더더욱 그렇다.

◆ 목표설정 빠를수록 좋다

기업들이 결국 보고자 하는 것은 지원자가 입사 지원한 분야와 직무에 대해 얼마나 준비했느냐다.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를 우선 살펴보는 것 역시 얼마나 꾸준하고 전략적으로 해당 직무를 위해 준비해 왔는지를 확인하는 절차인 셈이다. 하지만 준비를 하는 데는 시간이 필요하다. 기업들의 채용방식과 평가잣대가 너무나 다각화, 다양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문화에 따라 어떤 직무에서는 환영 받는 인재가 다른 직무에서는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기도 하고, 여느 기업에서는 인정받는 지원자가 어떤 기업에선 비호감 지원자로 찍히기도 한다. 워낙 기업문화와 고유한 분위기가 천차만별이기 때문이다.

결국 목표 직무와 가고자 하는 기업군을 미리 설정해 놓아야 충실한 준비가 가능해진다는 결론이다. 목표설정은 빠를수록 좋다는 얘기다. 이미 취업에 성공한 취업선배들은 이런 직무나 목표기업 설정을 저학년 때 해 놓는 것이 좋다고 입을 모은다. 하지만 직무를 선택하고 기업을 선택하는 것에 앞서 자신의 적성과 흥미가 정말로 원하는 분야와 맞닿아 있는지 점검해 봐야 한다. 이를 알아보기 위해서는 인성검사나 적성검사를 활용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무엇보다 좋은 것은 실제로 경험을 해 보는 것이다. 원하는 직무와 관련된 업체에서 아르바이트를 해 본다거나, 인턴십을 쌓는 것은 경력을 쌓는 데도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무엇보다 자신의 적성과 일치하는지 확인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된다.

◆ 대기업 입사, 영어 말하기 시험 토익처럼 의무화

경기가 어려워져도 내성이 갖춰져 있는 대기업들은 쉽게 채용을 줄이지는 않는 경향이 있다. 여기에 더해 정부의 잡셰어링 정책의 추진으로 최악의 상황으로 예상되고 있는 올 하반기 취업에서도 대기업의 채용은 크게 둔화되지 않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때문에 원래 목표로 삼았던 대기업에 전략적인 준비를 한다면 대기업 취업이 중견기업, 중소기업보다는 사정이 나을 것으로 보인다.

대기업 취업을 위해서는 영어말하기 시험을 빼 놓을 수 없다. 토익 스피킹 테스트(TOEIC Speaking Test), 오픽(OPIc), 지텔프 스피킹 테스트(GST) 등으로 대표되는 영어말하기 시험은 예전에 토익이 그랬던 것처럼 의무적으로 제출하는 방식으로 점점 바뀌어 가고 있다. 실제 삼성그룹은 올해부터 토익성적 제출을 완전히 폐지하고 영어말하기 성적인 토익스피킹 테스트(Toeic Speaking Test)와 오픽(OPIc) 제출을 의무화했다. 토익을 비롯한 일반적인 공인어학시험이 영어회화 능력을 온전히 평가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사실을 체감한 기업들이 직접적인 영어회화 성적 평가에 나선 것이다. 삼성 뿐 아니라 웬만한 대기업들도 이젠 영어 말하기 시험을 준비하지 않으면 입사할 수 없는 곳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