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에서 10일 혼인빙자간음죄의 위헌 여부를 공개변론하기로 예정됀 가운데 여성부가 공식적으로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여성부는 지난 6일 혼인빙자간음죄 폐지를 주장하는 의견서를 헌재에 제출했다고 8일 밝혔다. 여성부가 이 죄에 대해 공식적으로 위헌 입장을 밝힌 것은 처음이다.
혼인빙자간음죄는 형법 304조의 '혼인을 빙자하거나 기타 위계로써 음행의 상습없는 부녀를 기망하여 간음한 자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한 데 따른 범죄다.
여성부는 의견서에서 혼인빙자간음죄에 대해 "피해자가 '음행의 상습 없는 부녀'로 한정되어 남성에 대한 차별 소지가 있을뿐 아니라, 여성을 자신의 성적 의사결정권을 제대로 행사할 수 없는 존재로 비하하고 있다고 해석될 수 있다"는 점을 들어 폐지 의견을 밝혔다.
여성부는 "미국ㆍ독일 등 해외에서도 평등원칙에 근거해 강간죄 등 성범죄의 피해자를 '부녀'에서 '타인'으로 고치고 있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여성부는 혼인빙자간음죄는 혼인을 빙자해 음행의 상습 없는 부녀를 기망해 간음함으로써 성립하는 범죄이며 과잉금지원칙에 반하고 시대적 변화를 반영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1991년 이래 형법 개정 작업시 끊임없이 폐지가 논의돼 온 조항이라고 덧붙였다.
여성부 조진우 정책총괄과장은 "현행 혼인빙자간음죄는 과거 형법에서 '정조에 관한 죄'라는 장에 묶여 있던 것으로 '여성은 정조를 지켜야 한다'는 시각이 담겨 있다"고 지적했다.
헌재는 `부모님께 소개하겠다'며 여자 동료와 4차례 성관계를 했다가 혼인빙자간음죄로 기소돼 재판중인 임모씨가 행복추구권과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당했다며 헌법소원을 청구한데 대해 10일 오후 공개변론을 열 예정이다.
헌재는 지난 2002년 10월 혼인빙자간음죄가 자유의사에 따른 성관계를 제한한다며 이모씨가 낸 헌법소원 사건에서 7대2의 의견으로 합헌 결정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