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금리, 어떻게 될까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가 9일 오전 서울 중구 남대문로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
부동산대출에 대한 금융규제 강화 이후 주택가격 상승세가 주춤하고 있는 것도 금리동결의 요인에 해당된다.
경제 전문가들은 갈수록 연내 금리 인상 가능성이 커지고 있지만 내년 이후 올릴 확률이 아직은 높다는 의견을 보이고 있다.
◇ 기준금리 왜 동결했나
한은이 기준금리를 동결하려면 경기 전망이 밝아야 한다. 경기 회복세가 지금은 강하지 않더라도 내년에는 탄력을 받을 것이라는 판단이 필요하다.
그러나 경기회복을 자신할 수 없는 상황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8월의 광공업생산은 전월보다 1.3% 줄었다. 올해 1월 이후 계속된 플러스 행진이 멈춘 것이다. 제조업 평균가동률지수는 77.6%로 전월보다 1.2%포인트 하락했고 설비투자는 작년 같은 달보다 16.6% 줄었다.
내수에 영향을 주는 고용도 부진하다. 8월 취업자수는 2천362만명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3천명이 늘었다. 그러나 정부가 만들어낸 공공부문 일자리가 32만1천개라는 점에서 시장의 고용능력은 여전히 바닥 상태인 것으로 분석된다.
게다가 내년에 한국경제가 더블딥(경기 상승후 재하강)에 빠질 수 있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손성원 캘리포니나주립대 석좌교수는 "한국은 미국처럼 심하지 않겠지만 내년 하반기에 더블딥에 빠질 우려가 있다"고 말하고 "한국 경제는 독립된 경제라기보다는 바다에 떠 있는 배 같은 존재"라고 설명했다.
그는 "미국의 경우 경기부양책의 힘을 많이 입고 있는데, 내년 하반기가 되면 실탄이 고갈된다"면서 "한국경제도 비슷한 상황에 처해 있다"고 말했다.
반면, 기준금리를 올리는 결정적인 요인중 하나인 물가는 상대적으로 안정됐다. 9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작년동기대비 2.8%로 한은의 목표인 2.5∼3.5%에 안정적으로 들어와 있다.
부동산가격도 주춤하고 있다. 국민은행에 따르면 서울 강남 11개구 아파트의 가격은 전달보다 0.6% 상승했지만 단기급등에 따른 부담금과 추가금융규제 우려 등으로 7월(1.1%)보다는 상승폭이 절반으로 꺾였다.
◇기준금리 언제 올리나
아직까지는 올해 안에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올리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LG경제연구원 오문석 경제연구실장은 "한은이 가장 우려하던 부동산 시장의 과열 현상이 조금 진정되는 기미를 보이고 있다"며 "최근 산업활동동향이 둔화한 점과 원ㆍ달러 환율의 하락세를 고려하면 연내 인상은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규모는 지난달 2년4개월 만에 처음으로 감소했다. 이는 금융당국이 총부채상환비율(DTI) 등 주택담보대출 규제의 강도를 높이면서 집값 상승세가 다소 주춤해진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오 실장은 "세계 경기에 절대적으로 영향을 받는 우리로서는 다른 주요국과 금리인상 시기에서 어느정도 보조를 맞출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연내 인상이 가능하다는 의견도 최근 들어 부쩍 증가했다. 명목금리는 2.0%에 묶여 있지만 물가상승률을 고려한 실질금리는 마이너스 수준에 오랫동안 머물러 있기 때문에 오히려 미국 등 주요국에 비해 금리 수준이 낮다는 시각에서다.
삼성증권 최석원 채권분석파트장은 "기준금리가 현재 수준에서 오랫동안 묶이면 경제가 금리 인상에 큰 충격을 받는 `저금리 의존형'이 된다"며 "갈수록 한은 통화정책의 여지가 좁아지는 만큼 11월 금통위에서는 기준금리를 올릴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아울러 최근 호주가 기준금리를 전격 인상함으로써 출구전략 국제공조론의 고리가 약해졌고, 이성태 한은 총재도 나라마다 각자 이익과 상황에 맞는 출구전략 시행을 강조한 만큼 기준금리 인상 시기가 앞당겨질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