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스프레소(본명 금석균). 초콜릿뮤직 하늘해는 "첫 앨범을 발표하고 에스프레소가 한결 여유로워 진 것 같다"고 평했다. |
진하게 뽑은 에스프레소 한 잔. 흔한 커피에 꼭 들어가는 에스프레소이지만, 우유나 크림을 첨가하지 않고 마시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그 쓴 맛이 사랑의 슬픔을 떠올리게 하기 때문일까. 하지만 그 진한 맛에 중독된 사람들은 항상 에스프레소를 찾곤 한다.
1집 정규앨범 'Grown Up'을 들고 가요계에 출사표를 던진 에스프레소(본명 금석균)를 재경신문이 종로의 한 카페에서 만나봤다. 커피콩을 볶는 향기가 가득한 그 곳에서 '왜 예명을 에스프레소로 했는지'부터 물어봤다. 그는 "제 이름에서 제 음악 색깔을 보여주고 싶었다. 오래 남는, 향기가 있는 발라드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느낌도 좋고 발라드 느낌이 나는 단어라고 생각하면서도 선뜻 입에 못대본 게 에스프레소다. 굉장히 쓰다고 들었는데 자주 마시는 분들은 에스프레소만 마신다고 하더라. 처음 접하기 힘들지만 젖어들고 빠져드는, 저도 그런 음악을 추구하고 있다"
그런 에스프레소가 타이틀곡으로 내세운 곡 '이렇게'는 유재하가요제 출신 비터스윗이 작곡한 곡으로, 30인조 오케스트라가 실연해 클래식하면서도 요즘 가요계에는 찾아보기 힘든 스타일의 음악이다. 커피로 치자면 그의 이름처럼 에스프레소 같은 곡이다.
"타이틀곡 '이렇게' 같은 경우는 선뜻 듣기는 어렵지 않나. 요즘 가요계에는 별로 없고 지루할 수도 있는 곡이라, 제가 아는 사람들도 '이렇게'는 별로라는 평을 남기기도 했다. 그런 사람들도 '몇 번 들으니까 이거 정말 좋다'라고 하더라. 처음 들으면 어색한데 계속 들으면 깊은 맛이 있는, 그런 곡 같다"
그렇다고 에스프레소가 익숙하지 않은 음악만을 고집하는 것은 아니다. 타이틀곡 보다 먼저 선공개된 '두 사람'은 에스프레소를 베이스로 하고, 우유를 첨가한 달달한 '라떼' 같은 곡이다. 로스쿨 유학으로 한동안 활동을 접은 이소은이 마지막으로 녹음한 듀엣곡 '두 사람'은 공개 직후 싸이월드 실시간 인기곡 2위에 랭크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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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3일 미니콘서트, 피아노를 연주하던 에스프레소. 현재 음악 강사를 하고 있는 에스프레소의 미성년(?) 제자들이 찾아와 그를 응원했다. 제자들 앞이라 조금은 민망했다는 그는 무대 위에 서자 음악에만 집중했다고 소감을 털어놨다. |
에스프레소 음악의 기본은 '피아노'다. 중고등학교 때 클래식에 빠졌다는 그는 피아노나 바이올린 소리를 좋아하고, 자신의 목소리에도 잘 어울리는 것 같다며 스스로 평가하기도 했다.
실제로 지난 13일 서울 홍대 거리에 위치한 외뙤르에서 진행한 미니콘서트에서 에스프레소는 피아노를 연주하며 발라드 곡들을 부르기도 했다. 그런 그의 음색은 피아노를 닮아 조금은 애절하고, 슬픈 느낌이 강하다. 콘서트 당시에도 "슬픈 곡이라면 지금 당장 200곡 정도는 부를 수 있다"며 슬픈 발라드 예찬론을 펼쳤을 정도.
"록, 댄스, 힙합, 발라드 모두 좋아해 어렸을 때는 모든 곡을 연습해봤지만, 역시 가장 잘 부르는 건 발라드더라. 슬픈 노래를 부르면 내가 노래를 부른 것 같고 가슴이 짠한 감흥이 밀려온다. 예전에 코니 탤벗이 '섬 웨어 오버 더 레인보우'(Somewhere Over The Rainbow)를 부르는 모습을 본 적 있는데, 눈물이 날 정도로 좋더라. 슬픈 발라드는 가슴이 먹먹해지는 느낌이 있다"
왠지 까다로운 뮤지션 분위기를 풍기는 그에게 '완벽주의자가 아니냐'는 질문을 던지자 "나는 소심한 사람일 뿐"이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1년, 2년, 때로는 10년이 넘어가는 오랜 내공이 단 3~4분 정도의 시간 안에 모두 표현되는 음악이 대단하고, 때로는 무서울 때도 있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이번 앨범에서 곡이나 사운드 같은 건 다 만족했는데, 제 목소리에는 조금 불만도 있다. 다른 사람들은 잘 모르지만 저만이 아는 실수도 있고. 앨범이 나온 뒤에는 농담처럼 다시 부르면 안 되겠냐고 말하기도 하고(하하)"
사실 에스프레소의 첫 앨범이 만들어지기까지 우여곡절이 많았다. '두 사람'만 해도 이소은은 성대결절 상태였고, 에스프레소는 아버지를 위한 간 이식 수술을 하루 앞둔 상태에서 이 곡을 녹음해야 했다.
타이틀곡 '이렇게'나 빠른 템포의 곡 '그래도 사랑해'는 일명 '복대를 차고 부른 노래'다. 간 이식 후 완쾌되지 않은 상태에서 두 곡을 불렀기 때문에 실제로 녹음 당시 그는 '복대'를 찾다가 풀렀다가 해야 했었다고.
"아버지가 간암에 걸리셨고, 빨리 수술을 해야 하는 상태였기 때문에 저의 간 70%를 떼어서 이식하는 수술을 해야만 했다. 녹음할 때는 그래도 80%정도까지 회복이 됐지만 옆으로 누우면 간이 쏠리는 느낌이 들 정도라, 한 달 동안은 똑바로 누워서 잠을 자야 했다. 최근 CT 촬영을 했을 때 병원에서 90%까지 회복됐다고 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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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을 찍을 당시 에스프레소는 소품 하나하나를 직접 준비하며 많은 신경을 썼다고… |
그렇게 '파란만장'한 일들을 겪으며 첫 앨범을 발표한 에스프레소는 올해 내로 한 두 곡의 음원을 더 발표하고, 내년 초 미니앨범을 낼 계획이다. 서서히 젖어드는 음악을 표방하는 만큼 쉬는 시간이 없이 음악을 알리겠다는 전략인 셈이다. 라디오 방송과 공연 쪽에서도 '라이브가 더 매력적인' 에스프레소의 음악을 홍보하겠다는 계획도 세워졌다.
다음에 발표할 곡은 어떤 컨셉트일까? 에스프레소가 소속된 초콜릿 뮤직 대표이자 가수인 하늘해는 "다음에 나올 곡들의 컨셉트는 '변신'이다. 에스프레소가 이런 음악도 담아 낼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줄 것"이라고 귀띔했다. 그의 말을 듣고 있다 보니 초콜릿과 에스프레소가 어우러진 '모카 커피'같은 음악이 나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