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화 값이 달러화에 대해 14년여 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엔고 현상은 일본과 경쟁하는 국내 수출기업들의 가격 경쟁력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 일반적인 분석이지만, 그렇다고 반드시 호재만은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또 엔고는 원.달러 환율 하락을 어느 정도 제한할 것으로 보인다.
◇엔고..한국 경제의 `양날의 칼'
26일 도쿄 외환시장에서 엔화 값은 86.50엔대를 기록해 1995년 7월 이후 14년4개월래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반면 달러화에 대한 원화 값은 전날보다 2.0원 하락한 1,155.30원(환율 상승)에 거래를 마쳤다.
이에 따라 엔화에 대한 원화 환율은 오후 3시 1분 현재 전날보다 29.61원 급등한 100엔당 1,334.84원을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엔화 초강세 현상은 달러화 약세에 따른 것으로 장기간 지속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봤다. 또 국내 경제에는 `양날의 칼'로 작용할 것으로 분석했다.
삼성경제연구소의 정영식 수석연구원은 "엔화 강세는 일단 우리 경제에 긍정적으로 작용한다"고 설명했다. 엔ㆍ달러 환율 하락으로 엔화표시 일본 제품의 가격경쟁력이 약해지면 우리 기업의 수출가격 경쟁력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가전, 조선, 반도체, 자동차 등 세계 시장에서 일본과 경쟁하는 한국의 주력 수출품목들이 수혜를 입을 것으로 보인다.
반면 일본으로부터 자본재 수입이 많아지기 때문에 수입제품 가격 부담이 커지는 측면도 있다.
현재 일본 경제가 디플레이션에 빠져 있는 만큼 가격경쟁력을 앞세워 대일 수출이 늘어나는데도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또 국내 엔화 대출자들은 엔고와 금리상승으로 인해 상환 부담이 한층 커질 것으로 보인다.
정 연구원은 "일본 정부가 엔화 강세를 용인한다고 하지만 일본 수출기업들의 부진을 계속 두고 보지만은 않을 것"이라며 "따라서 엔고가 중장기적으로 지속될 가능성은 낮다"고 관측했다.
하나금융연구소 장보형 연구위원은 엔화값 급등에 대해 ▲미국의 저금리 기조 장기화 전망 ▲일본 정부의 엔화 강세 용인 기대 ▲연말을 맞아 일본 기업들의 해외자금 환수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분석했다.
하지만 일본 경제가 급격한 엔고를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인 데다 미 달러화가 급락할 경우 글로벌 정책당국자들이 공동 대응에 나설 가능성이 크기때문에 엔화 초강세는 오래가지 못할 것으로 전망했다.
◇원.달러 환율 하락 제한할 듯
엔화 강세는 원.달러 환율 하락(원화강세)을 제한하는 요소로 작용할 것이라는 것이 외환시장 관계자들의 관측이다. 이날 엔화는 달러 뿐 아니라 다른 기타 통화에 대해서도 일제히 강세를 나타냈다.
삼성선물의 정미영 팀장은 "엔화가 미 달러화 뿐 아니라 호주달러, 뉴질랜드 등 기타 모든 통화에 대해 강세를 보였다"면서 "엔화가 달러당 86엔대로 떨어지면서 위험자산에 대한 리스크가 커진 것으로 인식된 것 같다"고 말했다.
따라서 참가자들이 달러를 팔고 상대적으로 위험자산으로 분류되는 `원화'를 사는 거래를 하기에는 부담스러운 상황이 된 것 같다고 분석했다.
외환시장 관계자는 "일부에서는 엔화 강세에 베팅해 원화를 팔고 달러를 사서 일본 엔화를 다시 매입하는 거래를 하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최근 원.달러 환율이 외환당국의 개입 경계감과 저점 인식 등으로 추가 하락하지 못하는 가운데 엔화 강세는 환율 상승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