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첨단 기초 과학 연구시설인 중성자 산란장치의 핵심 설비인 '중성자 유도관' 국산화에 성공해 본격적으로 수출 길에 오른다.
한국원자력연구원 조상진 박사 팀은 중성자 유도관을 세계 각국에 수출하기 위해 27일 독일 MTF사와 판매 대행 계약을 체결한다고 26일 밝혔다.
중성자 유도관은 원자로에서 발생한 중성자를 외부의 실험 장치까지 손실 없이 이송할 수 있는 장비다. 이 장비는 니켈 등 중성자를 반사시키는 물질을 5~10 나노미터(㎚) 두께로 여러 겹 코팅한 특수 거울을 4각의 관 형태로 접합해 만든다. 중성자의 손실을 최대한 억제하기 위한 특수 거울 제작에 나노 수준의 정밀한 기술이 요구되고, 유리관 접합 시에도 10 마이크로미터(㎛) 이내로 오차를 유지해야 해 지금까지 독일, 스위스, 헝가리 등 3개국에서만 생산이 가능했다.
조 박사 팀은 2003년부터 3년간 연구 끝에 전량 수입해오던 중성자 유도관을 국산화한 뒤, 제작의 전 공정을 자체 기술로 확보해 연구용 원자로 하나로(HANARO)에 성공적으로 적용한 데 이어, 전 세계를 대상으로 본격적으로 수출에 나서게 됐다.
연구진은 니켈(Ni)과 타이타늄(Ti)을 5~10 ㎚ 두께로 번갈아 120~150층을 코팅해 기존 니켈 코팅 거울보다 중성자 전달 효율이 월등히 뛰어난 중성자 초거울(super mirror)을 제작했고, 세계 최고 수준인 M2급(90~120층의 다층 박막) 중성자 유도관을 만들어내는 데 성공했다.
이어 코팅 기계 설계부터 초거울을 오차 없이 접합해 유도관을 만든 뒤 메탈 자켓을 씌우고 관 내부의 평탄도를 3차원으로 측정, 품질을 보증하는 체계까지 유도관 제작의 전 공정을 자체 기술로 확보했다.
원자력연구원은 "m당 2천만∼5천만 원에 이르는 중성자 유도관 개발로, 2010년 가동을 목표로 구축 중인 냉중성자 실험시설과 연구용 원자로 하나로를 잇는 중성자 유도관을 자체 제작함으로써 50억 원 이상의 수입 대체 효과를 거뒀다"고 밝혔다.
이어 "각국의 중성자 산란 연구소들이 유도관을 추가 설치 또는 교체 계획 중에 있어 유도관 공급이 2년 이상 밀려있는 상황이라 수출도 가능하다"며 "국산 중성자 유도관을 세계 각국의 연구용 원자로 및 파쇄중성자원 이용 연구기관들에 공급하기 위해 이 분야 전문 공급사인 MTF와 계약을 체결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