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판매가격을 담합한 혐의로 6개 액화석유가스(LPG) 공급회사에 사상 최대 규모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이에 LPG업체들은 혐의를 강력 부인하며 행정소송을 제기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공정위는 2일 전원회의를 열어 E1, SK가스, SK에너지, GS칼텍스, 현대오일뱅크, 에쓰오일이 2003년부터 지난해까지 6년간 LPG(프로판, 부탄) 판매가격을 담합한 행위를 적발했다며, 과징금 6천689억 원을 부과한다고 밝혔다. 담합을 자진 신고한 기업에 대한 과징금 면제분을 고려하면, 실제 부과금액은 4천093억 원이다.
공정위는 E1에 1천894억 원, GS칼텍스에 558억 원, 현대오일뱅크에 263억 원, 에쓰오일에 385억 원 과징금을 부과했다. 반면, 담합을 1순위로 자진 신고한 SK에너지(1천602억 원)의 과징금을 100% 면제하고 2순위로 신고한 SK가스(1천987억 원)는 50% 감경했다.
이는 지난 7월 불공정거래 혐의로 2천600억 원원을 부과받은 미국 휴대전화용 반도체칩 제조업체인 퀄컴의 기록을 훌쩍 넘는 사상최대 규모다.
공정위는 LPG 국제가격이 2007년 12월을 고점으로 하락한 것과 달리 국내 LPG 판매가격이 작년 1월 이후에도 높게 형성됨에 따라 같은 해 4월부터 수도권 충전소를 대상으로 실태조사에 나섰고, 6월부터 본격적으로 조사에 착수했다.
조사결과 LPG를 수입하는 E1과 SK가스의 평균 프로판 판매가격은 ㎏당 각각 769.17원, 769.16원으로 불과 0.01원 밖에 차이가 나지 않았고, E1과 SK가스의 평균 부탄 판매가격도 ㎏당 각각 1천162.31원, 1천162.32원으로 0.01원 차이에 불과했다. 이 밖에 SK에너지, GS칼텍스, 현대오일뱅크, 에쓰오일의 ㎏당 LPG 평균 판매가격도 2원 이상 차이를 보이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공정위는 6개사가 6년 동안 총 72회에 걸쳐 판매가격 관련 정보교환을 했을 정도로 담합이 관행화된 것으로 조사됐다며, 관련 매출 규모가 20조 원대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했다.
송인옥 공정위 부위원장은 "LPG 업체들은 수시로 영업담당 임원급 및 팀장급 모임을 갖고 판매가격 공동결정을 통한 고가유지, 경쟁자제 등에 관한 입장을 확인하면서 결속을 유지했다"며 "공정위가 확인한 모임횟수만 2003년 이후 20여건에 달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3~4년치 이익규모에 해당하는 과징금을 부과받은 LPG업체들은 공정위가 LPG 가격 특성을 이해하지 못한 것이라며 담합 혐의를 강력히 부인하고 있다.
국내 LPG가격은 사우디아라비아 국영석유회사인 아람코가 국제 LPG 가격을 통보하면, 월말에 수입가격과 환율, 각종 세금, 유통 비용 등을 반영해 다음 달 공급가격을 결정하는 구조라 가격 차이가 크게 벌어질 수 없는 만큼 담합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이들 업체는 공정위의 제재에 불복해 재심을 요구하거나 행정소송을 제기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