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오 국회의장이 27일 내년도 예산안이 연내 처리되지 않을 경우 의장직을 사퇴하겠다는 뜻을 밝겼다.
김 의장은 이날 오후 '예산안 처리에 대한 국회의장의 입장'이라는 성명을 발표하고 "예산안은 연내에 반드시 처리해야 한다"며 "만일 예산안이 연내에 처리되지 못하는 헌정사상 초유의 일이 발생한다면 이것은 국회의 기능이 정지됐음을 의미하는 것이고 국회가 국가위기상황을 초래한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라며 이 같이 말했다.
그는 "마땅히 국회의장을 비롯한 여야 지도부 등은 그 책임을 면할 수 없을 것"이라며 "여야가 연내 예산안을 처리하지 못할 경우 국회의장과 당대표, 원내대표 등 여야 지도부는 공동으로 책임지고 사퇴(해야)한다"고 뜻을 밝혔다.
이 같은 김 의장의 입장표명은 올해가 불과 5일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전체 예산의 1.2%인 4대강 예산 때문에 예산심사가 난항을 겪고 있는 것을 감안, 사상초유의 준예산 편성 만은 막자는 취지에서 나온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김 의장은 특히 "대화와 타협을 봉쇄하고 의회민주주의의 풍토를 막는 당내외 강경파는 이번 사태에 근본적 책임이 있음을 분명히 밝힌다"고 강력히 경고했다.
또 그는 "나라살림과 민생, 국가안보 등을 감안할 때 어떤 일이 있더라도 준예산을 편성하는 사태는 막아야 한다"면서 "지금 예산처리보다 더 급한 국가적 과제는 없다. 여야 지도부는 비상한 각오로 예산안 대타협을 이끌어내기 위해 직을 걸고 모든 지혜와 정치력을 발휘해야 한다"며 여야간 막판 타협을 촉구하기도 했다.
구체적인 대책과 관련해서 그는 다음 날인 28일까지 4대강 관련 예산 결론을 내야 한다고 밝혔다. 김 의장은 보 등 4대강 문제에 대해 예산의 효율성과 예산 삭감 등을 합리적으로 조정해 28일까지 결론을 내야 한다"면서 "아울러 대운하사업 추진에 대한 논란을 종식하기 위해 필요하다면 국회결의안 등 여야 공동선언을 통해 정치적으로 종지부를 찍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김 의장은 "올해가 5일밖에 남지 않은 시점에서 4대강 예산에 대해 타협점을 찾지 못해 국민 전체의 생활과 직결되는 다른 예산까지도 볼모로 잡혀 있어 참으로 답답하고 백척간두에 서 있는 심정"이라면서 "연내에 예산안을 처리하지 못한다면 그 역사적, 정치적 책임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거듭 경고했다.
앞서 김 의장은 전날 밤 한남동 의장공관에서 한나라당 이경재 남경필 권영세 의원, 민주당 김효석 원혜영 김부겸 의원 등 여야 중진의원들과 심야회동을 갖고 예산안 연내처리를 위한 의견을 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김 의장은 4대강 예산과 관련해 한나라당 안상수, 민주당 이강래 원내대표와 여야 대표 3자회동을 제안, 이 같은 입장을 거듭표명할 것으로 알려져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