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생 남아를 둔 양순임(가명·38세) 씨는 최근 고민에 빠졌다. 초등학교 고학년에 올라가는 아이가 학교에 적응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초등학생인데 벌써 성적에 신경 쓰냐”고 주변에서는 이야기하지만 “구구단도 제대로 못 외워 학교에서 혼났다”는 아이의 말에 양씨의 고민은 날이 갈수록 깊어만 진다.
양 씨의 아들이 이처럼 고생하는 이유는 바로 비염 때문이다. 코가 막혀 뇌에 제대로 산소가 공급되지 않으니 쉽게 피곤해지고 머리가 아파질 뿐 아니라 집중도 안 돼서 한마디로 머리가 멍한 상태가 되기 쉽다. 소위 말하는 ‘학습장애’다.
최민호(남·18세)군의 고민도 비슷하다. 내년이면 고3, 진짜 입시 수험생이 되는 그의 고민은 바로 성적이다. 그가 성적이 나쁜 이유는 특별히 노는 것을 좋아해서 친구들과 어울려 다니거나 다른 문제가 있는 것도 아닌 비염 때문이다.
아무리 공부를 하려 해도 조금만 집중하면 머리가 아파질 뿐 아니라 책상에 앉기만 하면 졸리기만 하고, 공부한 것도 금방 잊어버리게 된다. 민간요법에 따라 작두콩을 먹어보기도 했지만 효과가 없다.
비염 때문에 고생하는 이들이 많다. 특히 양순임 씨의 아들이나 최민호군처럼 비염 때문에 고생하는 이들이 공통으로 호소하는 고통 중 하나가 바로 ‘학습장애’인데, 이는 코가 막혀 뇌에 제대로 산소가 공급되지 않기 때문에 생긴다.
비염은 사실 매우 흔한 병이다. 특히 알레르기성 비염은 우리나라 인구의 10~25% 사람들이 가지고 있다고 할 정도로 많은 이들이 앓고 있다. 특히 요즘같이 쌀쌀해지는 환절기에는 더 증상이 심해져 재채기와 콧물로 고생하기 마련이다.
비염의 원인은 크게 급성과 만성으로 나뉘는데, 급성은 합병증이 없는 한 1주일이면 없어지지만 만성은 쉽게 치료되지 않는다. 한방의 경우에는 인체 장부의 기능과 면역력을 강화시키는 치료를 우선시한다.
혜은당한의원 정수경 원장은 “코는 폐로 들어가는 관문으로서 폐의 기운을 조절하는 것 자체로 비염증상이 좋아지기도 하며, 위장 기능이 약하면 위장기능을 조절하는 것만으로도 자연스럽게 비염이 안정되는 경우도 있다. 또한, 면역력의 근본이라 할 수 있는 신기능까지 약한 경우라면 반드시 신기능을 보해야 치료가 된다”고 설명했다.
정 원장은 또 “균형이 깨진 곳의 조화를 맞추고 폐, 비, 신의 기능을 올려 기혈순환을 원활하게 하고 인체 저항력과 면역력을 강화시켜서 외부물질의 자극에 점차 우리 몸이 견딜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비염은 환자들 대부분이 여러 양·한방 의료기관을 거쳐서 좋아졌다 나빠지기를 반복하고 치료를 포기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비염치료 자체가 쉽게 효과를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당장 코가 뚫리면 일단 비염으로 인한 ‘학습장애’는 없어진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보고 장부기능과 면역력 강화가 어느 수준으로 끌어 올라갈 때까지는 치료를 지속하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