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이 지난해 비교적 안전한 주택담보대출에 몰두한 가운데, 43조4천억 원 급증하면서 사상 최대 규모의 증가세를 보였다. 반면, 은행들이 담보가 없는 신용대출을 피하면서 중소기업 대출 증가폭은 4년 만에 최저 수준을 보였다.
6일 금융감독원과 금융업계에 따르면 금융권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2009년 말 351조2천억 원으로 전년 말보다 43조4천억 원 늘었다. 이는 순증규모로 2008년 36조 원을 넘어서는 사상최대 증가폭이다.
지난해 금융권 전체의 주택담보대출 증가액은 1분기 8조3천억 원에서 2분기에는 12조원, 3분기에는 13조3천억 원을 기록하며 급격한 증가세를 보였다. 4분기에는 금융감독당국이 부동산 관련 대책으로 총부채상환비율(DTI)과 담보인정비율(LTV) 규제를 강화하면서 증가액은 9조8천억 원으로 감소했다.
그러나 은행들은 신용위험이 있는 중소기업 대출에는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며, 은행권의 중소기업 대출 순증 규모는 2005년 이후 4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11월말 기준 중기대출 잔액은 2008년 말 대비 28조3천억 원 증가한 450조7천억 원에 머물렀다. 연도별 중기대출 순증규모는 2005년 12조4천억 원에 그쳤다가 2006년 45조3천억 원, 2007년 68조2천억 원, 2008년 52조4천억 원으로 큰 폭의 증가세를 보였지만, 지난해에는 크게 부진했다.
이는 은행들이 안전한 주택담보대출 위주로 영업하며 담보 없이 신용등급에 기반해 이뤄지는 기업대출 영업은 꺼렸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은행들이 대출규모를 줄여야 할 만큼 자금 상황이 나빴던 것은 아니다. 오히려 금융위기 이후 안전자산 선호 현상으로 주식에 비해 안전한 은행으로 자금이 몰리며, 6개 시중 은행으로 유입된 수신 규모는 전년말 대비 35조9천억 원 늘어난 737조9천억 원을 기록했다.
올해도 중소기업의 대출 여건이 크게 개선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1분기 은행의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태도지수 전망치가 -6으로 전분기보다 6포인트 하락하는 등 대출문턱이 높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