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태 한국은행 총재가 8일 허경욱 기획재정부 차관의 금융통화위원회 참석과 관련, 한은의 독립성을 강조했다.
이 총재는 이날 금통위 직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금통위의 의사결정은 금통위원 7명이 하는 것"이라면서 "의사결정은 금통위 의장 혼자서 하는 것도 아니고 7명이 소화할 문제"라고 밝혔다.
다만, 이 총재는 재정부 차관의 회의 열석발언권(참석)에 대해 "특별히 할 말이 없다"며 한은의 독립성이 정부와의 의견 대립이나 충돌로 이해되는 것에 대해서는 조심스러운 입장을 드러냈다. 이 총재는 한은이 금리를 올릴 경우 정부가 회의석상에서 재의를 요구하지 않겠느냐는 질문에 대해 "상황이 민감해 답을 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또 그는 정부와 한은의 경제인식에 대해 "경제에 대해 정부와 한은의 인식이 크게 다르지 않다"면서 "다만, 비슷한 사안을 놓고 그 요소의 이득과 손실을 얼마나 크게 보는지는 다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총재는 불확실한 점이 제거될 때까지 금융완화 기조를 유지할 것이냐는 질문에 대해 "완화기조를 계속 유지한다고 해서 금리를 동결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2%라는 초저금리에 대해 우려하는 기존의 입장을 드러냈다.
그는 "정상화된 이후 금리수준이 기준금리 2%와 상당한 격차가 있는 것 아니냐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고, 금통위원들의 생각도 비슷한 것 같다"며 "언젠가는 일상적인 상황으로 돌아가야 하며, 그 과정에서 통화정책 집행이 평상시 경기변동이나 물가변동에 대응하는 것과는 다를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이 총재는 "현재로서는 초저금리의 부작용이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분야가 없다"면서도 "연소가 되려면 탈 물건과 적당한 온도, 산소 공급 등 3가지 요소가 있어야 하며 낮은 금리 수준은 3가지 중 한 가지이다. 다른 조건들이 성숙했을 때 혹시 경제에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소로 작용하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한은은 기준금리를 2%로 동결해 금리는 지난해 3월 이후 11개월째 제자리걸음이다.
이와 관련해 이 총재는 "세계경제는 대체로 호전될 것으로 보고 있으나 금융위기가 이전에 겪지 않았던 큰 충격이어서 전 세계 경기가 어떤 경로를 밟아갈지 확실한 그림이 나오지 않는다"며 "한은은 조심스러운 정책을 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