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이 빚을 못 따라가 가계의 빚갚을 능력이 약화되고 있다. 가계부채를 명목 가처분소득으로 나눈 비율이 지난해 사상 최고 수준인 70%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고, 실질가격 기준으로도 6년 만에 가장 높았다.
한국은행은 17일 지난해 9월 말 기준으로 가계신용(가계대출+판매신용)은 712조7천971억 원으로 작년 같은 시기의 676조321억 원보다 5.4% 늘었다고 밝혔다.
반면, 총처분가능소득은 9월말 기준(해당 분기 포함 과거 1년간)으로 1천43조1천988억 원을 기록, 전년 같은 기간의 1천27조5천897억 원보다 1.5% 늘어나는 데 그쳤다. 이는 외환위기 당시인 1999년 6월말(-0.5%) 이후 가장 낮은 증가율이다.
이에 따라 총처분가능소득 대비 가계신용의 비중은 지난해 9월말 기준으로 68.3%를 기록했으며, 1년 전인 65.8%보다 2.5%포인트 상승했다. 이 또한 사상 최대 규모로, 가계의 빚갚을 능력이 약화됐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9월말 기준으로 총처분가능소득 대비 가계신용의 연도별 비중은 ▲2003년 58.7% ▲2004년 57.1% ▲2005년 59.5% ▲2006년 62.5% ▲2007년 64.1%였다.
또 명목이 아니라 실질 가계부채(가계, 개인사업자의 대출 및 판매신용)는 지난해 9월말 기준으로 436조1천억 원을 기록, 9월말 기준(해당 분기 포함 과거 1년간) 실질 가처분소득의 약 80%에 해당하는 규모다.
실질기준 가처분소득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지난해 1분기, 2분기 각각 81%, 3분기 80%로 2003년 1분기(83%) 이후 6년 만에 80%를 넘어섰다. 이는 명목 기준으로 계산한 가계부채 비율보다 10%포인트 이상 높은 수치다.
한은에 따르면 실질 가계부채와 실질 가처분소득은 부동산 가격과 주가지수를 감안해 명목 부채와 소득을 조정한 수치이며, 부동산이나 주식 같은 자산 가격의 등락에 따라 실제로 느끼는 빚 부담을 나타낸다.
체감 빚 부담이 늘어난 것은 세계적인 금융위기에 따른 경기침체로 소득의 증가 속도가 둔해진 반면, 가계의 부채는 빠르게 늘었기 때문이다.
한은 금융안정분석국 김용선 차장은 최근 보고서에서 "가계대출부도율은 실질 가계부채 비율에 비해 6∼9개월 늦게 나타난다"고 밝혔으며, 이에 따라 올해 상반기에는 가계부채가 가계부도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출구전략 등에 따라 향후 과거 수준으로 금리가 오르면 이자 부담이 커져 가계가 큰 충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돼 한은은 가계가 부채 관리에 신경 쓸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