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FRB) 의장에 대한 재임인준동의안이 예상보다 지연되는 가운데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버냉키 재임에 확신을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빌 버튼 백악관 부대변인은 22일 "오바마 대통령은 버냉키 의장이 미국 경제를 위기의 벼랑 끝에서 구해냈다고 크게 신뢰하고 있다"며 "대통령은 버냉키 의장이 FRB를 이끌 최적임자이며 인준을 받게 될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당초 버냉키 의장에 대한 상원 본회의의 재임 인준 동의안 표결은 늦어도 22일까지는 가능할 것으로 예상됐었다. 그러나 미 야당인 공화당은 물론 집권당인 민주당에서도 버냉키 연임을 반대하는 세력이 늘어나면서 표결이 연기됐다. 이들은 연준이 관리감독에 소홀하고 자산 버블을 양성해 금융위기에 일조했다는 점, 위기 후 납세자들의 돈을 쏟아 부어 은행권 구제 금융을 실시했다는 점을 그 반대 이유로 들었다.
민주당 소속의 바버라 박서(캘리포니아), 러스 파인골드(위스콘신) 등 상원의원 2명은 이날 버냉키 의장의 연임에 반대표를 던질 것이라고 밝혔다. 파인골드 의원은 "버냉키 의장의 재임 시기에 약탈적인 모기지대출이 성행했고 이른바 '대마불사'라는 거대 금융기관들이 이 나라 경제를 위기로 몰고 가도록 허용했다"고 비난했다. 또 박서 상원의원도 "버냉키는 지금의 경제위기를 초래한 부시행정부의 경제정책을 입안하는 데 중심적 역할을 담당했었다"며 "차기 FRB의장은 과거의 실패한 정책과 연관이 없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민주당의 바이런 도간 의원(노스 다코다)과 제프 머클리 의원(오레곤), 친 민주당 성향의 무소속 바니 샌더스 의원 등이 버냉키 연임 반대 의견을 밝혔고, 바바라 미컬스키 민주당 의원(메릴랜드), 빌 넬슨 의원(플로리다) 등도 결정을 유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시장전문가들은 버냉키 재임 실패 시에는 연준의 정책이 길을 잃어 시장에 혼란이 더해질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R.W. 베어드 앤코의 브루스 비틀스 투자전략가는 "버냉키가 연준에 실패할 경우 연준의 정책은 꼬이기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워렌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도 20일 CNBC와의 인터뷰에서 "버냉키가 재임에 실파할 경우 대규모 투매 움직임이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하며 "현재 의장직을 맡고 있는 벤 버냉키가 재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크리스토퍼 도드 미 상원 은행위원회 위원장도 이날 "지금 금융시장을 망치고 싶다면, 버냉키 인준을 거부하면 된다"며 "지금 버냉키 인준을 거부하는 것은 단기적인 시각이며, 장기적으로 경제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버냉키의 연임 인준투표는 빨라야 다음 주 실시될 것으로 보인다.
버냉키 의장이 상원본회의에서 재임인준을 받는다면 4년 더 FRB 의장으로 활동하게 된다. 그러나 버냉키 의장의 1차임기가 끝나는 오는 31일까지 재임인준동의안이 처리되지 않으면 버냉키 의장이 계속 의장직을 수행할 수 있을지 또는 일시적으로라도 의장직에서 사퇴해야 할지 여부도 현재로서는 불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