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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미플루 품귀현상 뒤에 ‘불법 사재기’

지난해 가을 신종플루가 전세계적으로 기승을 부렸던 때에 타미플루의 품귀현상이 빚어진 데는 의사들의 무분별한 처방전 발급과 다국적기업의 사재기 비리가 폭로됐다.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안상돈 부장검사)는 다국적기업 등에 타미플루 처방전을 허위 발급해 준 혐의(의료법 위반)로 정모씨 등 의사 7명을 벌금 200만~500만원에 약식기소했다고 26일 밝혔다.

검찰은 기업들의 불법 사재기를 부추긴 스위스 제약회사 한국로슈와 허위 처방전으로 타미플루를 대량 비축한 한국노바티스 등 3개사의 임직원 5명도 의료법 및 약사법 위반 혐의로 최대 벌금 700만원에 약식기소했다.

정씨 등은 지난 2007년 1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 다국적기업 등 20여개 업체에 진찰도 하지 않은 채 최대 2,000여장의 타미플루 처방전을 허위 발급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 기업은 이 같은 방법으로 모두 7,200여명이 복용할 수 있는 2억원 상당의 타미플루를 사들였다. 이 가운데 한국HSBC(1,978명분)와 한국노바티스(3,960명분) 등 두 다국적기업에 발급된 허위 처방전은 전체의 80% 이상을 차지했다.

이들은 자사 직원들의 잦은 출장으로 직원들이 신종플루에 걸릴 위험성이 높아진다고 판단해 다량으로 타미플루 처방전을 발급받았다고 검찰은 전했다.

검찰 관계자는 “기업 임직원들이 처방전을 다량으로 발급받은 의도가 직원들의 복지를 위한 것이었고 구매 규모도 크지 않아 직접적으로 관여한 임직원만 약식기소했다”면서 “다만 진찰 없이 처방전을 발급한 의사들은 의료법 위반이 명백해 모두 약식기소했다”고 말했다.

검찰은 그러나 의사들이 허위 처방전을 발급하는 대가로 금품을 받은 정황은 포착하지 못했으며, 대부분 자신들에게 타미플루를 공급하는 한국로슈의 소개나 부탁으로 처방전을 발급했다고 밝혔다.
 
보건복지부는 약식기소된 의사 7명 전원에게 시한부 자격정지 등의 행정처분을 내리기로 하고, 검찰에서 처분 결과를 정식 통보받는 대로 절차에 들어갈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