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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함]천안함 구조 '악화일로'…가족들은 '허망'

인천 백령도 해상에서 침몰한 천안함 구조작업이 시간이 지날수록 악화일로 치닫고 있다.

날씨는 연 이틀 최악의 상황으로 전개되는데다 구조작업을 벌이던 구조 요원들의 불미스러운 일이 잇따라 발생하면서 민간구조대의 구조작업에도 불똥이 튈 수 있다는 분석이 맞물린 탓이다.

군과 해경은 당분간 실종자 수색에 총력을 기울인다는 방침이지만, 주변 환경은 이를 쉽게 허락하지 않을 분위기다.

△ '하늘도 무심하지'… 궂은 날씨 이틀째 계속, 수색작업 난항

천안함이 침몰한 백령도 해상에 최악의 날씨가 이어지고 있다.

해경 관계자는 기상청의 일기예보만을 놓고 본다면 내일 구조작업은 이뤄질 수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31일 기상청과 국립해양조사원 등에 따르면 내일(1일) 오전 백령도에 초속 4~5m의 바람이 불고 1~4㎜의 비가 내릴 전망이다.

특히 인근 바다에는 초속 10~14m의 강한 바람과 2~4m의 높은 파도가 칠 것 예상돼 구조작업은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다. 초속 8~12m 바람과 1~2m 파도가 친 현재보다 날씨가 더 악화되기 때문이다.

또 몽골에서 발달한 저기압이 느리게 동진함에 따라 지난 30일부터 1일 사이에 몽골과 내몽골에서 발생한 황사가 1일 오후께 백령도를 비롯한 서해 5도 지역 등에 유입되고 사리현상까지 계속된다는 예보가 도 나왔다.

이는 평소보다 유속이 더욱 빨라지는 것을 의미해 구조작업에 난항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해양 경찰서 관계자는 "바깥 날씨도 문제지만 바다 속 날씨가 수색 작업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친다"며 "기상 악화가 계속될 경우 관계 당국의 당혹감은 갈수록 커질 것"이라고 난감함을 표현했다.

△ 잇따른 구조자 인명사고 민간구조대에 '불똥'?

구조작업에 나섰던 구조대원들의 잇단 부상도 구조작업 난항에 한 몫하고 있다.

해군이 군인이 아닌 민간구조대의 구조활동에 제동을 걸 것이라는 관측 때문이다.

민간구조대 관게자는 "사고해역에 잠수부를 투입할 수 있는 시간이 정해져 있지만 해난구조대원이 작업을 하고 난 뒤에는 민간구조대가 해저에 들어갈 시간이 없다"며 "우리는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고자 하는 마음으로 달려온 스킨스쿠버 경력 10년 이상인 베테랑"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군은 민간구조대의 활동을 아직까지는 막지 않는다는 방침이다.

해군 관계자는 "민간구조대의 활동을 제약할 수 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면서도 "현재 기상이 최악인 상황인 만큼 안전에 최대한 유의해 작업을 해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 해군, 안전사고 대책마련 부심…가족들은 '허망'

해군은 최악의 구조작업 상황에 놓이자 구조대원들의 안전을 위한 안전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해군은 구조현장에서 잠수사들의 안전을 보장할 수 있도록 안전교육과 건강 점검을 실시하는 등 안전사고에 대비한 대책을 마련했다.

그러나 깊은 수심과 빠른 물살 등으로 잠수병과 저체온증, 실종사고 등의 위험은 기상악화만큼 높아져 있는 상황이다.

또한 현재 잠수병을 예방하는 `감압챔버'가 광양함에만 비치돼 있는 등 치료장비의 부재도 또 다른 사고를 우려하는데 한 몫을 차지하고 잇다.

원태재 국방부 대변인은 31일 브리핑에서 "규정을 초월해 여러가지 어려움이 있지만 상황이 그것을 허용하지 않기 때문에 최대한 자신의 몸을 던져서 하는 활동을 하고 있다"면서 "일하는 분들에게 격려를 해줘야 한다"고 구조대원들을 격려했다.

원 대변인은 또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공식적으로 군 요원들이 45m 잠수를 특수장비없이 하는 경우는 없다"고 강조했다.

상황이 이렇게 악화일로 치닫자 가족들의 애끓는 마음은 더욱 증폭되고 있다.

31일 실종자 가족 협의회는 경기 평택 2함대 사령부 내 동원 예비군 교육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군의 초동대처와 구조작업 과정에 대한 자료 공개 등 3가지를 군 당국에 요구했다.

협의회는 이날 오전 10시에 가진 회견에서 "언론보도와 백령도 구조작업 등을 지켜보면서 많은 의혹이 생겼다"면서 이 같이 촉구했다.

회견을 진행한 최정환 중사의 가족 이모씨는 "실종자 대부분이 존재하고 있는 함미가 사고 발생 3일 뒤 자원봉사에 나선 소형 어선의 어군탐지기에 포착되는 등 해군의 실종자 구조작업은 애타는 마음으로 생환을 기다리는 가족들에게 절망과 분노를 느끼게 할 뿐이었다"며 애끓는 마음을 토로했다.

그는 이어 "순직한 한주호 준위의 가족에 심심한 애도의 표시를 한다"면서도 "하지만 감압장치를 단 1대 밖에 보유하고 있지 않는 등 잠수부들이 제대로 활동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 주지 않은 해군에 너무도 화가 난다. 군 지원은 전무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며 감정을 억누르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