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중수 한국은행 신임 총재가 "한은의 권위를 세울 것"이라면서도 국제공조가 강조되고 있는 글로벌 시대에 정부와의 소통 또한 강조했다.
1일 김 총재는 서울 소공동 한은별관 8층에서 취임식을 갖고 연설을 통해 "중앙은행은 법적으로 독립성이 보장되어 있고, 중립성, 자율성, 자주성이라는 개념으로 특징지어져 있다. 이러한 가치에 더해 권위를 세워나갈 것"이라고 말하며 이 같이 밝혔다.
김 총재는 흔히 시장에서 '비둘기파'로 분류될 만큼 친정부적인 이미지가 강한 인물이다. 최근에 그는 "성장과 물가 등 정책 방향에 대한 최종선택은 대통령이 하는 것", "한국은행도 정부이며 정부 정책에 협조하지 않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등의 발언으로 한은의 독립성을 유지할 수 있을지 시장 참여자들의 주목을 받았다.
이번 그의 발언은 김 총재가 한은의 자율성과 독립성을 견지할 수 있느냐, 또는 임명권자와 한은 내부의 의견이 다를 경우 한은의 입장을 대표할 수 있겠느냐라는 시장의 우려를 불식시키고자 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그는 "누구나 한국은행의 말에 귀를 기울이게 만들어야 할 것이며, 이러한 권위는 외부에서 주는 것이 아니라, 우리 스스로 쌓아가야 하는 것"이라며 "우리의 능력배양이 전제가 되어야 이룰 수 있다"고 실력 제고에 한은 독립성의 방점을 뒀다.
다만, 그는 국제 공조가 강조되고 있는 최근의 추이에 따라 새로운 경제체제의 모습이 필요, 이에 따라 정부와의 협력이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김 총재는 "지금 세계경제가 겪고 있는 위기는 비정상적이지만, 위기극복이 위기 이전의 상태로 되돌아감을 의미하지 않는다는 점은 명확하다"라며 이 같이 밝혔다.
급속한 글로벌화와 정보화 추세로 경제의 불확실성이 더 커지고 있으며, 세계의 변화로부터 소외되지 않으려면 이러한 변화를 체화하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그는 ▲글로벌 불균형을 해소하려는 미국과 중국 간의 정책조정 노력 ▲유럽국가의 재정위기로 대표되는 유로(Euro)체제의 안정성에 대한 도전 극복 ▲G20의 등장과 아시아 경제권의 부상에 따른 세계 부의 재편 영향 ▲경제의 위험과 불확실성을 통제하려는 금융시스템의 정비 ▲국제금융기구의 역할 재정립 등이 새로운 경제체제의 모습을 결정하는 핵심요소로 꼽았다.
이에 따라 김 총재는 "지금 국제적 공조가 강조되고 있는 것은 개방된 경제에서 일국의 특정정책의 효과가 제한적이기 때문에 효과의 극대화를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다양한 정책방향의 제시로 인해 시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불확실성을 제거하기 위한 것"이라며 "한은법에 명시된 정부정책과의 조화, 공공성, 투명성이라는 특성들도 정보의 비대칭성을 줄임으로써 불확실성을 가능한 한 최소화하려는 의미라고 해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